brunch

딱 주어진 일만 하는 팀원, 동기부여 어떻게 해야하나요

요즘 세대 동기부여, 어떻게 해야할까?

딱, 주어진 일만 하고(그것도 열심히도 아닌..) 의욕도 열정도 야망도 없는 젊은 세대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한참 일할 시기에 저렇게 의욕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데요 이런 구성원을 어떻게 의욕 넘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기업 교육을 진행하며 신입사원 1년차, 3년차 혹은 핵심 인재 교육을 진행할 일이 많은데요, 성장, 의미, 재미, 인간관계, 돈, 워라벨 중 본인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는 질문을 던지고 손을 들어보게 할 때가 있어요. 항목별 답변을 보며 시작부터 혼자 마음속으로 맥이 빠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리더분들은 어떠신가요? 나는 이 중에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팀원들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성장, 의미, 재미가 많이 나오기도 하는데, 돈이나 워라벨을 택하는 친구들 비중이 요즘 점점 올라갑니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친구들이 돈이나 워라밸이 중요하다고 손 드는 것을 보면 현명하다 싶다가도, 왠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우리는 다같이 꼰대가 되는걸까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왜 그럴까..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채용을 애초부터 잘못한 것이 아니라면, 입사할때부터 힘없고 맥아리 없는 친구들을 뽑지 않았다면, 그때는 그렇게 초롱초롱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왜 그런지 한번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그들이 회사에 입사하기까지의 과정은 엄청 빡셌을 것입니다. 저는 세대론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사람을 너무 단편적으로 만들고 납작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요) 굳이 말하자면 선진국에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자랐지만, 저성장의 국면을 지나며 경쟁에 찌들어 불안과 초조가 기저에 깔린 세대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저성장은 계속 되고, AI까지. 공채도 없어지고 취업은 바늘 구멍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와중에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의 임금 격차는 더 거세게 벌어지고 있죠. 중고 신입이라고 들어보셨죠? 요즘 이 단어는 너무 일반화 됐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신입인데, 다른 회사에서 1년~3년 정도 다니다 온 경력있는 신입을 중고신입이라 합니다. 다른 기업을 다니다 다시 취업에 도전하는 것이죠.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눈에 쉽게 보이는 스펙으로 줄세우기는 강화됩니다. 왜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유를 모르는채, 일단 달립니다. 캠퍼스의 낭만 같은건 사라진지 10년도 더 된 이야기에요. 요즘 친구들은 대학교 1학년~2학년부터 취업 준비를 합니다.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들~5년차 이내를 보면 모두 예전보다 훨씬 더 스펙 조건이 올라갔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좋은 학벌, 학점도 좋고, 학교 다닐 때 뭐 이것 저것 한 것도 많고, 다들 모범생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입사했는데 회사에서 하는 일이 나의 기대와 확연히 다른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나라도 성장하고 산업도 성장하고 회사도 성장하고, 개인이 그 안에서 열심히 하면 함께 성장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내가 열심히 해도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실제로 경영 상황이 힘들어진 회사들이 많습니다. 열정의 배신. 내가 여기서 열과 성을 다 해 일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득이 있는지 물음표가 찍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연차 직원이 주도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우리나라의 많은 조직들의 구조상 극히 드물고, 내 일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일인지 모르겠는거죠.

일에서 주도성과 통제력이 별로 없으면, 무기력해진다고 합니다. 몸이 아플수도 있고요. 저도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요. 예전에 JP모건에서 일할 때, 구조화 상품 세일즈/ 트레이더로 일했었는데요. 사실 저는 트레이딩엔 잼병이었습니다. 매매를 할 때마다 심장이 떨어질 것 같았고, 잘 하지 못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매번, 리더분께 물었습니다. 아니, 묻기보다 지시를 받았죠. 팔으라 하면 팔고 사라 하면 샀어요. 일은 하고 있지만 굳이 제가 할 필요 없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여기서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월급 때문이고, 주도적으로 재밌고 신나게 할 수 없는 일들로 하루하루가 반복되니 사람이 점점 기운이 없어지더라고요. 저는 그러다 커리어 사춘기를 겪었습니다.

메디컬적인 측면에서도 이를 관찰할 수 있는데요, 주도권과 통제력을 발휘할 수 없는 저연차 직원일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스트레스 대응력이 떨어져 있습니다. 젊고 창창한 친구들 체력이 부러울 뿐인데 왜 어디가 아프다고 싶으신가요? 반대로, 대표님들이나 임원분들의 스트레스 지수나 대응력를 살펴보면 대부분 상태가 나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권한 위임이 안되거나 조직에 문제가 있으면 몸 건강도 안좋게 나타나긴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20대~30대 중반인 분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훨씬 더 안좋은 경우들이 많아요. 일에서 내가 별로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느껴지면 의욕도 열정도 야망도 없어지고, 스트레스는 계속 받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너같은 애가 왜 우리 회사에 왔어? 언제까지 다닐꺼야?”

회사에서 듣는 말들도 이들의 동기를 꺾습니다. 얼마전 저를 찾아온 A는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S기업 공채 입사, 이제 막 1년이 지난 분이었는데요.이 질문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요. B는 부서의 선배들과 점심을 먹을 때 일이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이야기, 아이 유치원 이야기만 듣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정말 이 회사에서의 일이 하고 싶어서 들어갔데요. 앞으로 미래는 그가 다니는 회사에서 하는 일이 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라 생각하며, 지금 좀 힘들어도 할만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3년 선배와 자신이 하는 일이 비슷하고, 10년 선배를 보면 자신의 미래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이곳에 남아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를 전했어요.

한편, 몇년전부터 ‘나답게 일하자, 나답게 살자'는 말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이 말이 흘러넘치는 이유는, 막상 현실에서는 이렇게 살기 힘들어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할 수단이 차고 넘치고 SNS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이런 세상에서 나는, 이 회사에서 뭐하고 있는걸까, 내가 하는 일은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잘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생각할 때 무기력이 더해지지 않을까요. 실제로 저는, 서른이면 혹은 마흔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자신을 볼 때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사연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서른이면 아직 젊고 창창하고, 마흔도 나이가 많아서 뭘 못할 나이는 아닌데 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일에 대한 관점과 태도가 점점 양극화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나는 내가 하고 싶은걸 할래, 그걸 잘 해볼래 vs 안전한 울타리에서 적당히 몸 사리고 일단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 어떤 쪽을 택하든, 불안과 초조의 정서는 기저에 계속 깔려있습니다. 후자를 택했다고 천하태평한 것이 아니에요. 일에 대한 고민은 점점 더 많아지고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이런 배경을 이해하며 그들을 동기부여 하려면, 기억하셔야 할 포인트는 두가지입니다. 동기부여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질문을

1. 일에서의 주도권과 통제력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 2. 그들이 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중심으로 소속감을 형성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렇게 바꿔본다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제가 수많은 사람들의 커리어 고민을 들으며 알게 된 것은 사실 세대와 큰 상관없이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일하며 성장하고, 의미있게 재미있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입니다. 내가 여기서 이 일을 하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나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알고 싶어해요. 내 일에서 주도권을 갖고 하는 일을 잘 해내고 싶어 합니다.

회사에서 적당히 월급 받는 만큼 일하고 내 일은 밖에 나가서 찾자는 생각이 많아지는 경우는 위의 질문에 답하지 못할 때. 그럴때 ‘돈’, ‘워라벨’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에서 주도권과 통제력을 발휘하며 일 하려면, 그 일을 내가 ‘선택'했다고 느끼게 하며 최대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을 잘하기 위한 본인의 생각은 무엇인지 묻고, 그 생각대로 일이 되어가는지, 아니라면 무엇인지, 하는 일에서 쌓인 일자산 혹은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질문하며 조언해주시면 좋습니다. 물론 회사일이라는 것이 다 개인의 선택으로만 할 수는 없고, 하고 싶은 일만 할수는 없지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부분은 차후 또 말씀드릴께요.

한편, 일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질문했을 때 20대~30대 중 일터에서의 ‘인간관계’와 ‘의미’ 꼽는 분들이 예상보다 정말 많습니다. 이를 일의 관점에서, 조직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동료나 리더와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한 일의 의미를 발견하고 성장하며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인데요.

20대~30대 직장인 분들은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피드백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는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수고한다고는 하는데 뭘 수고한지 리더가 잘 모르고 의례적으로 하는말 같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리더분들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등 보시죠? 내가 그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분 계신가요? 아마도 수요자가 더 많으실 것 같은데요, 이 친구들은 다릅니다. 내가 생산자인 경우가 많죠. 각종 SNS에 내가 생산하는 콘텐츠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좋아요든 댓글이든 그게 무엇이든 말이죠.

내 일에 대한 인정과 평가, 내가 어떤 사람들과 일하고 있는가, 내가 잘했으면 뭘 잘했고 못했으면 뭘 못했고 등의 구체적인 피드백과 이런 대화를 솔직하고 투명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인간관계, 동료와 리더가 동기부여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죠.

여기서 인사이트를 정리해보자면
피드백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한 것이든 잘못한 것이든. 의미있게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의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외부에서라도 피드백을 받고 싶어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의 질문을 활용해 1:1을 해보세요.


-회사의 목표와 비전에 얼마나 동의하는가
-개인의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가
-해낸 일들이 개인과 회사의 교집합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요즘 나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그것을 일에 적용해본다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
-당신이 하는 일이 왜 때문에 중하고 의미가 있는가
-내가 잘하는 일 혹은 하고 싶어하는 일은 무엇인가
-8의 일을 작게라도 이 팀에서 실행해본다면 무엇부터 할 수 있을까
-본인이 주도권을 갖고 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일을 찾아본다면 무엇이고 그 일에서의 성취 목표는 어떻게 되는가

피드백 주기는 짧을수록 좋습니다. 한달에 한번씩은 1:1 하시는 것을 추천해요. 이때 이런 마음이면 금상첨화일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함께 일할지는 모르지만, 함께 일하는 동안 잘 지내보자는 마음이요.

이런 질문과 피드백이 소속감을 강화시킵니다. 불을 지필 수 있어요. 많은 곳들이 이젠 돈, 인센티브, 승진으로 동기부여 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하시는데, 돈 안드는 피드백이 내적 동기부여에 훨씬 더 중요합니다. 내가 이곳에서 성장하며 실력을 키울 수 있다면, 내가 한 일에 대해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더 오래 다니고 싶어지고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질테니까요.

물론 회사는, 개인이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하는 일도 잘 해야 하는 곳이죠. 이게 되려면, 내가 그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 또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개인의 강점과 동기와 상관없이 아무렇게나 인사 발령을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부서에 있는 친구가 뭘 잘하고 어떤 일에 재능이 있는지 파악하고 최대한 그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개인도 조직도 함께 몰입하며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문제는, 리더분들이 이런 대화를 그들의 리더와 회사에서 해본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그럴땐 이 생각을 먼저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실패와 성취의 순간에 나는 어떤 격려와 축하의 말을 듣고 싶었을까.
나는 리더가 어떻게 말했을 때 그만두고 싶었나, 반대로 어떨때 고마움을 느꼈나.

여기서부터 시작해본다면 어떨까요.

저 친구는 요즘 일에서 어떤 고민이 있을까
예전같지 않은데 이유가 뭘까.

궁금해 하는 마음을 가져 본다면 다같이 좀 더 힘을 내볼 수 있지 않을까요.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1화잔소리하는 팀장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