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평가면담 2- 고성과자와의 1:1 면담 체크리스트
고성과자와의 면담, ‘잘한다’ '수고한다' 말고 더 필요한 것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곳으로 이직하고 싶습니다.”
며칠 전 저에게 1:1 커리어 상담을 요청하며 찾아오신 직장인 A의 첫마디였습니다. 이직을 고민 중이라던 그는 재직 중인 기업에서 성과 탑 1% 안에 드는 인재였는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직을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연봉이 아니었어요. 자신이 한 일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리더가 평소에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서운함이 쌓인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저는 제 일 뿐 아니라 주니어 분들이나 다른 동료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교육도 하고, 업무 개선도 많이 했는데, 평상시에 제가 한일을 자꾸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일일히 하는 것도 저도 좀 치사하다는 생각도 들고 고민됩니다.”
이런 감정이 쌓이면, 고성과자는 조용히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합니다. 고성과자일수록 더 도전하고 싶어하고, 피드백을 갈망하며, 자신의 경쟁력을 조직 안에서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리더 관점에서는 “나는 당신의 기여를 알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주는 것이 필요해요.
혹시라도 고성과자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IT기업의 디자이너로 일하는 10년차 B의 사례도 들려 드릴께요. 그는 디자이너 그룹을 이끄는 중간 리더였는데, 더 상위 직군 리더로부터 ‘선넘지 말라’, ‘주제 파악 좀 해’ 라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은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의 동료들은 대부분분 ‘그렇게까지 일할 것 뭐 있어, 유난떨지 말고 적당히 해’ 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데, 그는 끝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이 너무 재밌고 돈 받으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요. 자신의 자리는 누군가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며, 잘 해내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한편, 그는 본인보다 더 오래 일한 직군 리더를 존중하고 더 배우고 싶어 했습니다. 자신은 아직 영글지 않았다며 리더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면서요. 보통 사람 같으면 ‘선넘지 말라’ ‘주제 파악 해라’ 말을 들으면 멘붕에 빠져 일하기 싫어질 것 같은데 말이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리더와 오해를 쌓지 않을지 더 빠르게 일하며 성과를 높여갈 수 있을지 고민된다면서 저를 찾아온 것이었어요. 이분의 일하는 태도가 너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분이 이탈하면 너무 큰 손실이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하는 고성과자에게 리더가 부정적인 피드백을 했다면, 왠지 이런 마음일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보다 더 잘하면 어떻게 하지? 언젠가 내 자리가 위협 받지 않을까?”
“내 리더십을 평가받는 기분이야.”
리더의 포지션은 한정적이고, 경쟁적인 환경이라면 리더 역시 불안한 마음이 들 수 있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리더 자신도 성장하고 조직이 성장하려면 고성과자와 함께 일할 때 리더가 던져야 할 질문은
“내가 이 사람보다 더 뛰어나야 하나?”가 아니라,
“내가 이 사람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 친구가 잘되면 나도 같이 더 잘되고 좋다, 이 친구 덕분에 우리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 고맙다 하는 마음으로요.
리더는 모든 것을 더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더 잘하는 사람과 함께, 더 큰 판을 짜며 성장하는 사람이 리더니까요, 고성과자를 우리 조직의 일 고민을 함께 나누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파트너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고성과자와의 1:1 면담 체크리스트
“고성과자일수록 더 정밀한 관리와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High Output Management》의 저자 앤디 그로브는 이렇게 말했는데요, 고성과자는 단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마 팀장님들께서도 고성과자셔서 팀장으로 승진하게 되셨을텐데 나는 어떤 말을 듣고 싶었는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고성과자들은 자신의 일에 의미를 찾고, 성장 욕구가 있으며, 조직에 더 큰 기여를 하고 싶어 하는데요.
‘고성과자의 성과가 조직에 어떤 가치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인정과 평가, 리더가 그의 애씀을 잘 알고 있다는 메시지, 회사 내외부의 변화, 회사와 팀의 비전과 목표, 고민하시는 내용이 있다면 그런 부분도 솔직히 공유해주시면 좋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질문과 대화를 해주시면 좋습니다.
<성취한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
이번 분기 OO 프로젝트, XX를 해낸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이번 성과에서 자랑스러운 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평가 결과가 최상인 만큼, 이 성과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저도 자세히 듣고 싶어요. 이 성과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스스로도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성장 기회 및 지원 요청>
향후 어떤 분야에서 더 발전하고 싶나요? 더 경험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장기적인 경력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단계를 밟고 싶은가요?
<역할 확장 및 책임 부여>
팀 내에서 더 큰 책임을 맡고 싶은 부분은 어디인가요?
팀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여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요?
OO님의 방식, 다른 팀에도 공유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조직 내 영향력 확대>
팀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더 강화할 수 있을까요?
조직에 대한 전반적인 비전과 목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출처 : 1 on 1 질문카드, 김나이)
이때, 인정과 감사에 대한 피드백을 아끼지 마세요.
조언이나 평가를 담은 피드백과 달리, 인정과 감사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것은 간과하기 쉽습니다. 실제 관리자 중 약 37%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요. 강점이나 역량을 인정하는 피드백은 팀원이 자신감을 높이고 성취감과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해 해당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리더가 팀원의 강점에 주목한 경우 해당 팀원 중 67%가 업무에 완전히 몰입한 반면, 약점에 주목한 경우 업무에 몰입하는 팀원이 3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앞서 저에게 찾아와 연봉을 더 많이 받는 곳으로 이직하고 싶다던 개발자분도, 인정과 감사 피드백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니까요.
회사에서 무슨 그런 말을, 낯간지러우실까요.
그렇다면, 상대방의 ‘애쓰는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라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주도적으로 일하며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본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커리어를 설계하고 동기부여 되도록, 전문성을 강화하는 질문도 해주세요.
“내 일이 전문성이 있을까? 이 회사 안에서는 고과를 잘 받고 있지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까?”
제가 고성과자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개발자 C는 이를 위해 본인의 일을 외주를 준다면 본인은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 늘 고민하고, 연봉 이상 일하고 있는지 체크한다고 해요. 고성과자가 좀 더 레이더를 넓게 켜고 다양한 관점을 가지면서 일을 잘 해나가고, 다른 동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장착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해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다른 동료들이 나에게 자주 도움을 구하거나 물어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에 배운 새로운 스킬이나 지식이 있나요? 이를 업무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요?
내가 생각하는 전문성의 정의는 무엇이고, 그 관점에서 내가 더 발전시켜야 할 역량과 스킬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내 일을 다른 사람과 다르게, 차별화 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더 확장하기 위해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내 명함에서 회사 이름, 직급 다 빼고 이름만 남았을 때 나의 일을 어떻게 정의 하고 싶은가요?
(출처 : 1 on 1 질문카드, 김나이)
고성과자와의 대화에서 “이 사람의 잠재력을 어떻게 더 확장시킬 수 있을까?” 질문에 먼저 리더분이 답변해 해보신다면, 그 진심이 상대방에게도 전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냥 해보고 싶은 마음
그런데 저는, 평가와 관련해서 늘 하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정해진 목표에 잘 도달하는 사람이 과연 우리 조직의 미래에도 계속 필요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고성과자의 동기부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 정형화되어 있을까? 그들을 우리 조직에 묶어두는 것이 가능할까? 등등 인데요.
이 고민의 이유는, 제 경험 때문입니다. 제가 직장인이었을 때, 저 역시 고성과자였지만 사실 커리어 사춘기를 겪으며 일에 100% 몰입하지 못했거든요.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며 해야할 일들을 문제 없이 해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괜찮지 않았습니다. 당장 회사가 돈을 버는 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그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지만, 이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나? 내가 이 회사의 피라미드 꼭대기로 올라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들을 했었어요. 좀 더 시간과 공간의 주도권을 갖고 제 자유의지로 일하고 싶다, 다른 누군가의 일과 삶에 더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제가 해보고 싶은 일들을 시도해볼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 방황은 더욱 더 깊어졌고, 결국 저는 회사를 나와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있는데요. 회사는 개인이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곳은 아니지만 최대한 일에서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주도권과 통제력을 갖고 일할 수 있을 때 고성과자가 더 많아지게 되는 것 아닐까, 더 남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여백사고’ 라는 책을 읽다 이 관점에서 저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어요. 일부 구절을 리더분들께 공유드립니다.
“일의 종류에 따라서는 정해진 목표에 가장 일찍, 잘 도착하는 능력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논리를 짜맞춰 생각하는 애매함 없이 일하는 것은 효과적일 때가 많죠. 일의 대부분은 이런 능력이 요구될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고 견고한 논리가 깨지는 경우가 발생하면 오히려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고 방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해보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한번 해보고 싶다, 그냥 즐거워 보여서 하고 싶다라는 마음. 회사에서의 일에 이런 마음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하고 싶지 않지만 억지로 할 수 밖에 없는 5명 보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1명이 팀에 있는 편이 훨씬 더 낫고 이런 팀원을 더 많이 길러내는 것이 리더의 몫일텐데요.
앞으로 우리의 일터에서 필요한 사람은 결정된 일만 정확하게 하는 사람도, 누군가의 리더십에 의존하며 편하게 지내는 사람도 아닙니다. 자신이 조직을 돌아가게 만드는 일원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일꺼에요.”
여백사고-
이런 관점의 고성과자들이 우리 조직에 더 많아지길 기대하며 지속 가능하게, 건강하게 일하는 하루 보내시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