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과정을 지나고 있는가
요즘 ‘신인감독 김연경’ 예능을 챙겨본다. 우리나라 4대 프로스포츠 (야구 축구 농구 배구) 중 배구만 2군 리그가 없다고. 프로에서 방출되면 바로 기회가 없어지는 여자 배구 선수들의 사정이 안타까워, 은퇴한 슈퍼스타 김연경은 이들의 감독이 되기를 자처한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선수들의 피땀눈물과 투지는 다큐로 느껴진다.
김연경은 종종 선수들을 닦아세운다. “생각을 하면서 해 생각을. 그냥 하지 말라고. 의미를 생각해야지. 이걸 왜 이렇게 하는건지. 전략이 있고 작전이 있어야지. 화이팅은 그 다음이야” 라고 말한다. “미안하다는 소리 좀 그만해 (잘하라고)”, “어딜봐 니가 해야지!”, “손끝, 발끝의 감각을 다 세워 느껴봐, 눈 감고도 이 상황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라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프로’ 라면, 이 순간에 몰입해.
일이라는 것도 그렇다. 아무 생각 없이 백날 해봐야 맨날 제자리. 이걸 내가 왜 해야하는지, 나에게 남는 의미는 무엇일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런 생각 없이 보내는 시간은 축적되지 않는다. 미안하고 지지부진하지 않게, 서로 호쾌하고 상큼하게 일 할 수 있어야 그 다음이 있다.
한편, 김연경에게서는 꼰대의 향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선수들을 재촉하고 정신차리라며 눈에서 레이저를 쏘지만, 그들을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난 니들이 잘되길 바래. 진심으로. 선수들이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그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하루종일 전략을 설계한다.
내가 뭘 잘하고 잘못하는지 ‘애정'을 담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피드백 해주는 리더 혹은 동료를 만나는 것은, 그 시점에는 비록 괴로울지 몰라도, 굉장한 행운이다.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엄청난 체력과 에너지 + 미움받을 용기를 감수하는 일이다. 갈굼 혹은 가스라이팅과의 차이는 상대방을 향한 관심과 관찰, 잘되길 바라는 마음 아닐까. 사실, 제일 쉬운게 무관심이다. 나도 먹고 살기 힘들고 내 앞가림도 못하겠는데 뭐 남을 신경 써. 요즘 같은 세상에서 저런 리더를 만나면 넵무새를 하더라도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
서브, 블로킹, 스파이크, 패스 연습을 하던 선수들이 실수를 하면, 그 선수는 바로 체력 훈련으로 전환 한다.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펴기, 플랭크 5~10회. 실수를 곱씹는 시간을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체력을 1이라도 더 키우고 앞으로 잘할 생각을 하자, 나에게는 그렇게 읽혔다.
시합 중, 선수들의 화이팅도 듣기 좋다.
집중해 집중해 서로를 응원하며 할 수 있다고 북돋아주는 팀. 각자도생의 시대에는, 저런 팀들이 더 살아남겠지.
원래 나는 ‘이기는 편 우리편’ 이라 생각하는,
승자이고 싶어하고
승자 편에 서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는데,
우리는 어떤 ‘과정'을 지나고 있는가,
나는 어떤 ‘과정’ 속에 있는가.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