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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는 나가려하고, 일못러는 남으려해요.

핵심인재의 업무 순환/확장 해결 방법

핵심인재의 업무 순환/확장, 부서장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부서장 입장에서 잘하고 있는 직원의 업무를 변경하는 것은 정말 고민스러운 일입니다. 타영역으로의 업무 확장, 또는 순환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 결정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부서 전체에 타격이 없도록 할 수 있을까요?”


성과를 못내는 구성원은 나가려 하지 않고 일 잘하는 구성원은 내보내기 두려워요.”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의 솔루션 레터]
잘 지내고 계신가요? 어느새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바로 겨울이 오는 것 같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연말인데요. 올해의 마무리, 내년의 시작을 조금씩 생각해야 할 시점에 가장 고민스러운 순간 중 하나 아닐까 싶습니다. 잘하고 있는 직원을 다른 부서로 보내거나, 새로운 영역을 맡기려 할 때의 그 갈등 말입니다.


“지금 정말 잘하는 직원이 있는데, 이 친구를 다른 부서로 보낸다면 우리 팀 성과는 어떻게 될까?”
“성과가 안 나는 직원은 꿈쩍도 하지 않는데, 잘하는 직원은 왜 자꾸 다른 기회가 생기는 걸까?”


이 고민은 너무나 현실적입니다. 결국 성과가 숫자로 평가되는 환경 속에서, 잘하는 직원을 붙잡아 두는 것이 리더분들에게도 ‘안전한 선택’처럼 보이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똑같이 망설였던 적이 많습니다. 성과가 지지부진한 구성원을 내보내기 위한 말은 생각만큼 막상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아 고민되던 시점도 있었고, 일을 잘 하던 구성원이 본인의 뜻으로 나가든 다른 일을 확장해주든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당장 성과 공백은 어떻게 해야하지?’ 그 걱정부터 머리를 스치던 순간들이요. 하지만 여기서 한 번 생각을 멈추고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이 태도가 과연 나를, 우리 팀을, 조직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가?”

당장의 성과 vs. 장기적인 성과
잘하는 직원을 오래 붙잡아 두면 단기적으로는 유리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리스크도 큰 것 같아요.
특정 인력에 의존하는 구조는 결국 ‘한 사람의 부재 = 팀 전체의 흔들림’으로 이어집니다. 시장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이 구조는 리스크가 큽니다.
본인의 커리어 성장 기회를 막힌 팀원은 언젠가 조직을 떠나려 할 것이고, 그때는 준비조차 못한 상태로 큰 공백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리더가 ‘붙잡는 사람’으로 기억되면 팀원과의 신뢰가 조금씩 금이 갑니다.

“네가 그 팀 가서 잘하면, 나도 좋은거지! 네가 빠진 자리는 내가 해결해야 할 몫이야”

10년 전, 제가 J.P.모건에서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팀 리더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말을 꺼낼 때 저는 많이 망설였어요. 그 전 한국 회사들에서 일할 때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거든요. - 저를 생각하고 키워준(?) 리더분들에 대한 배신, 배반처럼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네가 내 밑에서 나가서 다른걸 하고 싶다는건 나에 대한 배신이야” 실제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리더분들도 계셨고요. 그러다 결국, 그 회사들을 나오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죠-,
망설이고 망설이다 꺼낸 제 말에, 리더가 해준 이야기 덕분에 저는 용기를 내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 리더에게 깊은 고마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제가 리더일 때는 팀원들이 “다른 일을 하고 싶다” 했을 때 솔직히 서운하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결국, 그들이 더 잘되는 길을 응원해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리더가 팀원의 성장을 망설이는 순간, 팀도 함께 멈춰버립니다. 반대로 팀원의 성장을 지지하는 순간, 팀도 리더도 함께 성장합니다.

팀원을 보내주는 결정이 결국 부서장에게는 성장 기회

잘하는 직원을 다른 자리로 내보내는 게 당장은 손해 같아 보입니다. 저에게 너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빈 자리는 내 몫이라 이야기했던 저의 리더도 같은 생각을 했을텐데요. 하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혀보면, 이 결정이 오히려 리더 자신을 성장시키는 길이기도 합니다.


첫째, “사람을 키우는 리더”라는 신뢰를 얻게 됩니다.
지금 손해 같아도, 팀원의 성장과 이동을 지지할 때 리더는 “성과 관리자”에서 “사람을 키우는 리더”로 올라섭니다. “나의 성장을 위해 길을 열어주신 분”이라는 신뢰가 쌓이고, 그 신뢰는 결국 리더십 자산이 됩니다. 제가 지금까지도 고맙게 생각하는 것처럼요.

둘째, 팀의 자립성을 강화하게 됩니다.
잘 하는 직원을 보내기로 마음먹는 순간, 자연스럽게 후임을 키우게 되고, 팀은 더 유연하고 튼튼해집니다. 인재가 여러 역할을 경험하면, 구성원의 교차 기능(cross-functional) 이해도가 올라가고, 변화 대응이 빨라집니다.

셋째, 조직 전체가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잘하는 인재는 정체(stagnation)를 느낄 때 조직을 떠나려는 유인이 커집니다. 저 역시, 부서 이동을 하고자 할 때 꺾이는 순간, 버티고 버티다 결국 그 조직을 나오는 결정을 하고 이직을 하게 됐는데요. 이와 반대로 이 조직 안에서 “내가 다른 업무도 할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질 때, 내 미래에 투자하는 기분이 들고, 조직에 대한 애착도 커집니다.
실례로 제가 일했던 JPM이나 아마존 같은 외국계 회사에서는 수많은 직무가 내부 공고로 올라오고, 직원들이 일정 근속 기간이 지나면 부서 간 이동(internal move)을 통해 다른 역할을 경험하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추상적인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도록, 세 가지 구체적 방법을 말씀드릴께요.


1. 부분적 확장 (작은 시작부터)

업무 전체를 한 번에 바꾸지 말고, 기존 업무의 60~70%는 유지하면서 나머지 30~40%를 새로운 프로젝트로 경험하게 하면 어떠신가요?


“지금까지 맡아온 A업무는 계속 주도하되, 이번 분기엔 B프로젝트에서 OO 역할을 맡아보면 어떨까?” 팀원과 대화를 나눠보시고 업무의 확장을 서서히 시작하시는거죠.


실제로 저는, 개발자였던 친구에게 PO(Product Owner) 업무를 맡겨야 할 일이 생겼는데요. 그 친구는 개발자 업무를 하지 않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본인의 전문성은 개발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일에서의 공백을 반기지 않았어요. 저 역시도, 이 친구가 원래 하던 일에서 빠지는 것은 리스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PO 일을 맡기기 전, 프로젝트의 일정과 R&R, 협업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스크럼 마스터 일을 먼저 맡겼습니다. 개발자 일은 70%, 스크럼 마스터로써의 일은 30% 정도로 하면서 이 친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해낼지 당사자도 팀도 작은 단위로 테스트 하는 기간을 거쳐본 것이죠.

기업의 조직 구조나 인사 시스템 상, A 부서에서 B 부서로 발령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테스트 기간’을 가지는 것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어떠신가요? 여기서 키포인트는 갑작스러운 혹은 완전히 다른 업무 순환이나 확장이 아니라 자신의 핵심 업무를 가져가면서 전문성을 확장하는 방향이라, 이 부분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후임 육성 병행하기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속담도 있을 지경인데, 일잘러의 공백은 그 크기와 임팩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잘못하면 팀 전체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요. 그래서 미리 미리, 후임자를 붙이고 일을 배울 수 있게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도 개발자 친구에게 스크럼 마스터 일을 맡길 때, 그 개발자 친구에게 본인보다 아랫 연차 친구 B를 잘 키워내는 역량도 앞으로 본인이 리더로 성장할 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업무를 잘 가르쳐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B에게도 지금 이 상황이 왜 발생했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왜 필요하며 커리어적으로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팀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했어요.

이 과정의 핵심은 ‘미리미리’ 이고, 이 ‘미리’가 계획되려면 평소 1:1이 필수입니다. 우리팀의 에이스가 커버하는 범위와 역량이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그 일 중 무엇을 누구에게 위임할지, 그 업무를 받게 될 구성원과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좋을지 등등이 ‘갑자기’ 이루어지면 리더도, 에이스도, 다른 부서원들도 모두 혼란에 휩싸입니다. 한달에 한번씩 1:1을 꼭 하시라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3. 팀원의 경력 비전과 연결하기

한편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일잘러의 동기가 꺾이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부서장님의 의도와 달리, 팀원은 이런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 전문성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왜 나만 일을 더 맡아야 하지?”


“지금도 벅찬데, 이건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조직을 위한 거 아냐?”


이 불안을 풀어주지 못하면, 업무 순환이나 확장이 기회가 아니라 추가 부담으로만 다가옵니다. 저의 커리어 세션에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하던 일과 동떨어진 업무로 발령나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이 결정이 본인에게는 도움이 어떻게 될지 사전에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이 됐다면 좋았을텐데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게 1:1 대화입니다.


“이번 기회가 OO님이 원하는 커리어 비전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전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무엇일까요? 함께 고민해봅시다.”


“지금까지 해온 일 경험은 새로운 일에 어떻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어렵거나 막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요”


이동이 조직의 필요로만 비치면 팀원은 동기부여를 잃습니다. 이 과정이 팀원에게, 또 리더에게 어떤 도전이 될 수 있을지 충분한 대화를 나눠주시는 것이 그래서 중요해요. 이런 대화를 통해 팀원은 “리더가 나를 위해 진심으로 고민해주는구나”라는 신뢰를 얻게 됩니다.


리더십 셀프 체크리스트

오늘의 레터를 마무리하며, 부서장님께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답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나는 팀원의 장기 커리어를 함께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지금 팀원의 성장을 위해 의도적으로 기회를 열어주고 있는가?

나는 당장의 성과보다 팀의 장기적 유연성과 미래를 고려한 결정을 하고 있는가?

팀원 이동이 망설여지는 이유가 ‘조직의 손해’ 때문인지, ‘내 불안’ 때문인지는 아닌가?

나는 잘하는 직원을 붙잡기보다 더 크게 성장하도록 보내주는 용기를 낼 수 있는가?

이동을 제안할 때, 팀원이 가질 불안을 먼저 공감해줬는가?

나는 후임자 육성을 통해 팀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있는가?

나는 팀원의 이동을 나 자신의 리더십 성장 기회로 바라보고 있는가?


리더라는 자리는 늘 오늘과 내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자리 같습니다. 당장의 성과를 지켜야 한다는 무게와, 팀원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자주 부딪히지요.


오늘도 쉽지 않은 선택 앞에서 고민하고 계신 리더분들을 응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의 성장은 곧 우리의 성장이라는 것, 한번 더 강조드리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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