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15초
현관 앞에서 신발을 꺼내신는 그를 보면서 잠시 고민했다.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 앞에서 배웅할까 아니면 소파에 누운 채로 인사할까. 소파에서 일어나는 건 귀찮은 일이었지만 나는 일어나기로 했다. 현관 앞으로 동동 거리며 달려가 그가 신발을 다 신고 허리를 바로 세우길 기다렸다가 양팔을 쭉 뻗어, 나가려는 그를 부둥켜 안았다.
무서웠다.
다녀올게, 하고 쓱 나가버리는 그의 옆모습이 내가 본 그의 마지막 모습일까봐. 이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그렇게 보낼 순 없었다. 나는 지금껏 했던 배웅인사 중 가장 길고 강하게 그를 부둥켜 안았다. 아마 그는 영문도 모르채 따라 안겼을 것이다.
가끔 이렇게 덜컥 두려울 때가 있다. 어느날 그가 사라진다면 어떡하지. 단 한번도 지난 삶을 후회한 적 없는데, 후회없이 살았기 때문에 끝 앞에서 담담할 거라 생각했는데, 왜 생애 가장 힘써 사랑한 사람에게조차 이리 미련이 남는 걸까. 최선을 다하면 미련이 없는 법이라고 누가 그랬는데 말이다.
종종 끝을 생각한다. 이 순간이 우리의 끝이라면 나는 괜찮을 수 있을까.
예전에, 나의 연인이 내게 말했다. 너는 너밖에 몰라. 그땐 이해가 안됐는데 이젠 알겠다. 나는 나의 두려움 밖에 모른다. 유약한 사람.
한톨의 미련도 없이 사랑해야 한다. 오직 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