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오늘 저녁은 뭘 해 먹어야 할지 모르지만, 집에 먹을 게 없으니 일단 마트에 가고 본다. 달걀도 사고, 주말 아침에 먹을 팬케이크 가루도 산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냉동고에 자리한 냉동새우와 눈이 마주쳤다. 지난번에 사다 놓은 부추 한단이 생각난다. 부추전에 새우살을 넣어 먹기로 한다.
부침개를 자주 부쳐 먹지만, 내가 만든 부침개는 항상 남편의 니즈와 맞지 않았다. 나는 밀가루만 익으면 바로 먹는 편이지만, 그는 튀김 같이 바삭 한 부침개를 좋아했다.오늘은 야근하고 오는 남편을 위해 바삭한 부침개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냉동새우를 잠시 찬물에 담가 해동시킨다. 부추를 씻고, 손가락 한마디 크기로 자른다. 그리고 부침가루 반컵, 튀김가루 반컵을 넣고, 찬물을 넣어준다. 더 바삭하게 만들고 싶다면 얼음을 두 알 정도 넣으라고 한다. 해동된 새우는 꼬리를 잘라내고 반죽에 넣어준다. 이제 골고루 섞는다.
사실 부침가루에는 간이 되어 있어서 따로 소금을 넣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참치액을 한 스푼 넣어본다. 짭짤한 맛, 그리고 감칠맛 모두 잡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부침개를 바삭하게 부치기 위해서는 튀기듯이 부쳐야 한다. 기름을 가득 넣어주고, 반죽을 최대한 얇게 깔아준다. 그리고 기름이 닿지 않은 면에도 기름을 뿌려준다. 그래야 부침개가 기름을 가득 먹어 튀김 같아진다고 한다. 바삭한 부침개는 살짝 태우듯이 부쳐야 한다. 바삭한 부침개는 생각보다 까다롭다. 그래도 부침개를 부칠 땐 기분이 좋다.
비가 오는 거 같은 소리도 좋고, 잔칫날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남편의 옷을 개고, 청소기를 돌리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 저 멀리 지나가 있다. 이렇게 저녁이 사라지는 게 아쉽고, 내일이 두렵다. 오늘 나에게 웃음을 보이지 않았던 상사들, 일찍 퇴근하는 것에 눈치가 보였던 순간들, 오늘 다 하지 못해 걱정으로 남겨진 업무들. 오늘의 살림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떠오르는 오늘의 순간들이 그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냥. 목표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살림을 하고 있는 나의 시간이 중요할 따름이다.
부침개를 아주 약한 불로 은근하게 익혀야 한다. 기름과 섞인 반죽은 타지 않고 점차 바삭해진다. 천천히, 천천히 익혀간다. 하지만 내가 만든 부침개는 너무 두껍다. 생각보다 반죽을 많이 넣었나 보다. 겉은 바삭하긴 하지만, 속은 폭신하다. 다음번엔 정말 얇고 바삭하게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