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는 브런치를 먹는다. 오븐에 데운 냉동 빵과 천천히 내린 드립 커피로 나름 휴일의 시작을 기념한다. 오늘은 얼마 전 퇴근 후에 샀던 팬케이크 가루로 브런치 한상을 완성해보기로 한다.
사실 팬케이크를 여러번 만들어본 적은 있지만, 예쁜 비주얼이 나온 적은 없다. 그냥 잘 익은 빵 느낌 정도. 패키지에 나와 있는 사진 그대로의 팬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서 여러 노하우들을 유튜브로 열심히 익혔다.
달걀 1개, 팬케이크 가루 적당량, 그리고 우유 반컵을 넣고 섞는다. 후라이팬에는 식용유를 뿌린 다음 키친타올로 닦아주듯 발라준다. 후라이팬에 얇게 식용유를 코팅하듯이. 가스레인지 불은 무조건 약하게 유지해야 한다. 반죽은 국자로 떠 최대한 동그랗게 부어준다.
예쁘게 만들어져라.
한참을 익어가는 반죽을 본다. 반죽의 기포가 서서히 올라오는 광경이 참으로 반갑다.
최근에 대학교 때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에게 요즘 브런치스토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수동적이기만한 회사 일이 아닌 요리를 하다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님은 인간이 응당 가져야만 가치 중 하나가 창조의 가치라고 말씀해주셨다. 창조의 가치. 무엇인가 계속 만들고, 그것에 마음을 쓰고, 창조 자체를 누릴 수 있는 가치.
그렇다면 나는 그 창조의 가치를 잘 누리고 있구나.
하지만 생각대로 팬케이크가 예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갈색의 골고루 맨들맨들하게 익은 팬케이크를 기대했건만... 얼룩덜룩한 팬케이크가 속상하기만 하다. 창조란 어려운 거다.
불조절도 해보고, 우유도 더 넣어보지만, 어떻게 해도 팬케이크가 안예쁘다.
하... 그냥 먹자. 난 오늘의 창조적 가치를 잘 해냈으니, 그거면 됐다.
스크램블도 하고, 있던 소시지도 구웠다. 어제 남편이 시켜 먹다 남은 탕수육도 더한다. 남편도 주말이라는 사실에 신났는지 아침 일찍부터 커피를 사왔다. 그렇게 오늘의 브런치 한상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