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계속 눈여겨보던 요리가 있다. 바로 대파수육. 편스토랑에 소개됐던 메뉴로, 해당 프로그램은 물론, 블로그와 유튜브도 모조리 찾아보며 나름의 요리 준비를 철저히했다.
오늘 남편이 출근을 하지 않았으니, 집에 대파를 사다 놔달라고 카톡을 남긴다. 그리고 냉동실에 넣어둔 삼겹살을 꺼내놔 달라고 덧붙였다.
모든 재료도 준비 완료다.
집에 가자마자 손을 씻고 대파수육을 준비한다.
파란색 줄기만 잘라 깨끗하게 씻는다. 모든 야채들은 웬만하면 식초물로 씻어준다. 그래야 깨끗하게 씻기는 기분이다. 식초물로 깨끗하게 대파를 닦아내고 가운데를 가위로 잘라 넓게 펼친다. 그리고 해동한 삼겹살을 위에 겹친다. 다시 넓게 펼친 대파를 덮어준다. 충분히 쌓였을 때 먹기 좋게 잘라준다. 앗, 대파의 안쪽 미끈거리는 액 때문에 층층이 쌓아놓은 성이 자꾸만 무너진다. 미끈미끈. 대파가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삼겹살을 조금 큼직하게 썰어준다.
냄비 바닥에 두껍게 썬 양파를 깔아주고, 대파의 흰 부분을 손가락 크기만큼 썰어 넣는다. 그리고 통후추. 잡내를 잡아야 하니 통후추도 충분히 넣어야 한다고 했다. 그 위해 겹쳐둔 대파와 삼겹살을 켜켜이 세워서 넣어준다. 밀푀유나베처럼. 아, 맛술도 조금 넣으라고 했다. 많이는 말고, 한 스푼 정도. 뿌려준다.
이제 끓이자.
물이 없어도, 야채의 수분으로 바글바글 수육이 끌어오른다.
이번 요리는 정해진 레시피를 그대로 지켜서 만들었다.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는 거 하나 없는데, 요리만큼은 재미있게,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시작했건만. 이제는 블로그에서 시키는 대로, 방송에서 시키는 대로 만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계량스푼을 사서 한 방울 한 방울 계산하며 음식을 만들려나.
엄마는 내게 튀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삶이 좋은 거라고 했다. 정석이라고 말하는 대로 만들고 하고 살면 사실 눈에 띌 일도 없다. 그럼 평타는 치기 때문에.
결혼을 준비하면서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 직원이 말했다.
“신부님은 개성 있는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직원의 안목은 정확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내 속내를 들키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색깔이 없는 건 싫었다. 나는 특별했으면 좋겠다.
내가 특별하지 않다면 내 요리만큼은 관종이 됐으면 좋겠다.
대파수육이 좋은 점은 일반 수육보다 얇은 삼겹살로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10분에서 15분이면 완성이다. 대파수육의 냄새가 슬금슬금 올라올 때, 깨닫는다. 생강을 빼먹었다. 아쉽다. 그리고 삼겹살의 양이 좀 부족했나 보다. 삼겹살의 크기가 익는 동시에 줄어들면서, 대파와 고기가 자꾸 바닥에 깔린다.
다시 뚜껑을 열어 수정하자니 찝찝하다. 혹시라도 맛이 비려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대파수육이 완성됐다. 동시에 만든 어묵탕도 곁들인다. 대파수육의 맛은 부드럽다. 그냥 프라이팬에 구워 먹었을 때는 질겼는데, 수육으로 먹으니 아주 부드럽다. 잡내도 없다. 내 요리는 언제나 부족하고, 그 부족한 점이 특별함이 된다. 그냥 그런 요리다. 맨날 밑반찬만 만들다가, 대요리를 만들었으니, 그걸로 만족이다.
대파수육 大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