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는 더디다"
달에 한 번씩 집과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가서 무료 급식 봉사를 한다. 독거노인분들께 우리가 직접 돈을 걷어 메뉴를 선정하고 사람들을 모아서 약 60-80분의 식사분량을 만든다.
모이는 사람들은 대략 10명 안팎인데 사람이 적을 땐 6-8명 정도로 운영된다.
원래 그 시설은 만드신 분 한분이 매일매일 식사를 만들고 제공한다는 데 그 많은 분량을 매일매일 한다는 게 정말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어르신분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딱딱하지 않고, 전종류 한식종류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매 달 전 종류는 빠지지 않고 메뉴에 넣는 것 같다. 한 번은 내가 부침개를 담당했는데, 대형팬으로 굽다 보니 손에 익지 않아서 오른손을 데었다. 와, 너무너무 뜨거워서 순간적으로 앗! 하며 소스라치게 놀랐고, 약 3초간 황당하여 있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차가운 물에 손을 좀 대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러다가 말겠지라는 생각으로 크게 생각을 안 했는데 점점 더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10개월 전쯤 데었을 때 사진인데, 6월인데도 아직도 데인 흉터가 남아있다.
저게 저렇게 부풀어 오르고, 딱쟁이가 지고, 자주 쓴 느 오른손을 다쳐서 인지 설거지하거나 씻을 때마다
물이 닿고 그래서 쉽게 낫지 않았다.
또 한 번은 중요한 강연을 들으러 간 날 딱쟁이를 모르고 떼서 피가 너무 많이 나서 당황한 날도 있었다.
상처가 나면, 보통 우리 사회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무슨 약육강식의 시대처럼, 동물의 왕국을 비유하면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를 운운하면서 빨리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멀쩡히 괜찮은 듯 살아가길 강요하듯 그런 콘텐츠나 말들이 난무하곤 한다.
나는 이런 현상들이 사람들을 더욱더 상처입게하고 회복을 더디게 한다고 생각한다.
상처는 사람마다 생기는 대미지가 다르고, 그리고 그 깊이의 여부에 따라 회복하는 속도도 다르다.
특히나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고, 상처받은 사람은 그걸 모르고 괜찮은 척 덮어놓고 지나갈 확률이 높다. 드러내면 흠이니까, 눈에 보이는 저런 상처도 나는 별거 아니겠지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10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흉터로 남아있다. 보이는 상처도 저런데, 보이지 않는 상처는 얼마나 오래갈까?
나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잘 보살펴야 하고, 누구든 그걸 함부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처 입고 마음이 아프면, 푹 쉬어주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면 받고 이야기하고 꺼내놓고 그리고 시간을 들여
회복해야 한다. 그게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고 깊어지고 외면할수록 몸에 생기는 종양처럼 암처럼 번져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가족들도 분노나 화를 참고 안고 살아서 실제로 암에 걸린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암이라는 병 자체도 묵혀진 감정이나 상처가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고 때로는 상처받는 일이 있겠지만, 그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니라, 겉면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소독을 하고 시간을 들여 치료하는 것처럼 마음의 아픔이나 감정도 그렇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감정을 느끼고,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더 이상 이렇게 사람을 로봇처럼, 마음의 생체기를 하찮은 것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 스스로 먼저 하고, 그리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해줄 수 있고, 나아가 사회가 함께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닐까?
더 이상의 흉터가 깊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