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더 무비
최첨단 매카닉, 최고의 과학 기술을 집약한 자동차가 비행기 속도에 가까운 놀라운 스피드로 질주한다. 도로에 바짝 붙은 동체는 미세한 바람의 흐름을 타고 0.1초를 단축하려는 경쟁으로 피가 마른다. 오래 전에 봤던 일본 단편 애니메이션 가운데 F1 레이싱을 그린 작품이 있었는데, 주인공 레이서는 다른 차들과 끝까지 경쟁하는 과정에서 온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눈에서도 피가 흘러내리며, 앙다문 이가 다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도 레이싱 경쟁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마침내 승리하지만, 그는 이미 영혼이 되어 허공으로 떠오르는 장면이 생각났다.
레이싱 가운데 F1은 가장 빠른 속도, 가장 첨단의 장비,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자동차 스포츠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F1 자동차는 우주항공에서 쓰이는 기술을 적용하며, 공기의 흐름을 미세하게 조정해 0.1초를 단축하는 최첨단 기술 분야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 장면을 보여주며, 경쟁하는 차들의 속도와 추월, 매카닉 크루들의 움직임, 레이서의 심리 상태를 자세하게 묘사한다. 이건 F1 70주년을 기념해 만든 F1 공식 홍보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F1에 관한 멋진 장면들을 다 보여준다.
영화는 화려한 F1의 자동차 경주를 보여주지만, 이 영화의 서사는 '어른을 위한 동화' 또는 '남성을 위한 낭만'이다. 주인공 소니는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혼자 세상을 훌훌 돌아다니는 방랑객이다. 그는 크고 작은 자동차 대회에 참가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만 정작 자신은 한 곳에 정착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도, 여자가 함께 있기를 바래도 여자를 떠난다. 나쁘게 말하면 '중2병'으로 보이는 치기어린 행동이고, 긍정적으로 보면 삶에서 해탈한 진정한 자유를 찾은 멋진 인물로 보인다.
영화에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가장 나쁜 악인이라고 해야 소니의 친구 루벤이 이끄는 이사회의 이사 한 명이 배신하려는 장면인데, 그건 그저 간단한 에피소드로 넣었을 뿐, 이야기의 중심은 '늙은' 소니와 떠오르는 스타 '조슈아'가 세대 차이를 극복하면서 우정을 나누고, 시즌 내내 하위권에 머물다 서서히 중간으로, 상위권으로 올라오는 과정을 그리며, 마침내 시즌 첫 우승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소니나 조슈아가 속한 팀은 F1의 여러 팀에서 중하위권이라 애당초 우승이라는 건 생각하기 어려운 팀이었지만, 소니가 들어와 팀에 활기를 불어 넣고, 소니의 노련한 전략으로 팀이 점차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나중에 드러나지만, 소니의 팀이 시즌 첫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니가 시즌 후반의 아홉 게임 전체를 미리 설계하고, 그 설계에 따라 레이싱을 운영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걸 간파한 사람은 소니의 친구이자 예전에 함께 레이서로 활동했던 루벤인데, 루벤도 결과를 보고서야 나중에 깨닫게 되고, 레이싱 중간에는 소니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영화는 큰 화면으로 볼수록 멋지고, 특히 사운드가 좋으면 영화를 보는 즐거움과 재미를 크게 느낄 수 있다. 집에서 볼 때 볼륨을 크게 하고 들으니 자동차 배기음, 바람을 가르는 자동차의 날카로운 소음 그리고 한스 짐머의 멋진 음악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쿵쿵 때리며 감동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