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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뱅상 Jun 21. 2019

오늘도 퇴사합니다.

#3

인사 담당자의 표정이 꽤 당황스러워 보였다. 사실 근 10년 동안 다니면서 이 분의 이런 표정을 한 번이나 봤을까? 기억을 더듬어봐도 그 이상은 없었던 것 같다. 남들보다 많이 좋은 조건이 제시된 연봉계약서를 들고 와서 뭔가 기세 등등하게 펼쳐 보이고, 기쁘게 서명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겠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인사 담당자는 급작스럽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래 다닌 회사에서의 직원들끼리의 관계란 조금 복잡 미묘하다. 하루의 1/3 또는 절반 이상을 이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 말인즉슨,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몇 년을 함께한 직장 동료들끼리 친분이 생기면 그 사람의 표정을 보거나, 숨소리만 들어도, 상태가 어떤지 파악이 된다.


잠깐 동안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돌아온 첫마디.




"왜?"


항상 상황을 삐뚤어지게 보는 나쁜 습관이 있는 필자는 이 한마디를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보았다.


- 연봉이 마음에 안 들어? 회사가 네 생각해서 이렇게나 올려줬는데?

- 이 회사 말고 네가 갈 곳이 있어? 나이도 많고, 오래 다녔는데?


후에 더 이야기를 하며, 안 사실이지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셨다고 한다(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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