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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바빌론의 공중정원, 과연 존재했을까?

사라진 도시, 무너진 건축: 건축을 둘러싼 미스터리

by 이동혁 건축가 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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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라진 문명과 잃어버린 건축 (1~15화)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제15화: 바빌론의 공중정원, 과연 존재했을까?

브런치 글 이미지 1


1. 신화가 된 정원


"여기가… 바빌론인가요?"

2023년, 이라크 바빌론 유적지.

사막의 바람이 뜨겁게 몰아쳤다. 모래먼지가 휘날리는 폐허 위로 석양이 길게 드리웠다. 과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여겨졌던, 바빌론의 공중정원(Hanging Gardens of Babylon).

그러나 지금 이곳에는 정원의 흔적은커녕, 그 존재를 증명할 만한 것조차 없었다.

고고학자 에단 박사는 유적 한가운데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모든 게 그냥 신화였던 걸까요?"

젊은 연구원 라일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리스 역사가들은 실제로 봤다고 했잖아요? 헤로도토스도 바빌론이 엄청나게 화려한 도시라고 했고요!"

에단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제는… 헤로도토스는 공중정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거야."

라일라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그럼 도대체 우리가 믿고 있는 이 전설은 어디서 온 거죠?"

"그것이 바로 우리가 풀어야 할 미스터리지."

에단은 유적을 둘러보며 말했다.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정말 존재했던 걸까?"

그들은 그렇게 신화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2. 사라진 불가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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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 공중정원

고대 문헌들에 따르면, **공중정원은 바빌론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기원전 605~562년)**가 그의 왕비 아미티스를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거대한 테라스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식물들이 폭포처럼 흘러내리듯 자랐다.

이야기에 따르면, 정원에는 수로와 나선형 관개시설이 있었다.


"이건 마치 사막 한가운데의 낙원 같은 거네요!" 라일라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문제는, 이 정원의 존재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거야." 에단은 유적을 살펴보며 말했다.


고대 기록 속 단서


그리스 역사가 **스트라본(Strabo)과 디오도루스(Diodorus)**는 공중정원의 모습을 묘사했다.   

"정원의 나무들은 높이 솟아 있고, 나선형 수로를 통해 물이 올라온다."

"이 정원은 왕궁보다도 화려하며, 신들이 만든 작품 같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바빌론을 직접 방문했던 고대 역사가 중 누구도 공중정원을 직접 봤다는 기록이 없어."

라일라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대체 이 전설은 어디서 나온 거죠?"

"바로 그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퍼즐이야."

에단은 바빌론의 폐허를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믿어온 역사란, 과연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걸까?"


3. 정말 바빌론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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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1: 강의 도시, 그러나 정원은 없다?

"공중정원이 존재했다면, 바빌론 유적지에서 최소한 그 흔적이라도 발견됐어야 해."

그러나 바빌론에서 발견된 유적에는 공중정원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다.

라일라는 유적지의 돌들을 발로 툭 차며 말했다.

"여기에 그런 거대한 정원이 있었다면, 그 수로 시설이라도 남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에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공중정원이 바빌론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고 주장하지."

라일라의 눈이 커졌다.

"다른 곳이라니… 설마?"


4. 새로운 가설: 공중정원은 니네베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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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2: 잃어버린 도시, 아시리아의 니네베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공중정원이 바빌론이 아니라 아시리아 제국의 수도 니네베(Nineveh)에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에단은 스마트폰을 꺼내 최근의 고고학적 연구를 보여주었다.   


니네베 유적에서 대규모 수로와 관개시설이 발견됨.

아시리아 왕 센나케립(기원전 704~681년)이 거대한 정원을 조성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음.

문서 속 ‘공중정원’이라는 표현이 바빌론이 아닌 니네베를 가리킬 수도 있음.


라일라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공중정원은 바빌론이 아니라, 아시리아에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에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높지. 고대 역사가들이 기록을 남길 때 혼동했을 수도 있어."

라일라는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던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잘못된 정보였던 건가요?"

에단은 조용히 말했다.

"역사는 때때로 실수와 왜곡 속에서 만들어진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이 항상 사실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지."


5. 공중정원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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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공중정원이 정말 존재했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라일라의 물음에 에단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우리가 보는 건, 단지 기록과 전설뿐이야."

"하지만 누군가가 이 정원을 상상했고, 기록했고, 세상은 그것을 믿어왔어."

라일라는 폐허 위에 서서 중얼거렸다.

"어쩌면 가장 위대한 불가사의는, 우리가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었다는 것 자체일지도 모르겠네요."

에단은 조용히 웃었다.

"정확히 그거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정원이든, 혹은 그 정원의 신화든, 결국 공중정원은 역사 속에서 사라진 꿈 같은 존재가 되었지."

바빌론의 사막 바람이 두 사람의 주위를 휘돌며 지나갔다.

그리고, 먼 곳 어딘가에서 공중정원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것이 진실이든, 신화든…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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