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 유지 방법
2장: 야생을 정복하라 (11~30일차)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끝도 없이 펼쳐진 정글 속에서 덫을 설치하고, 무기를 만들며 싸울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그나마 현실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모든 작업이 잠시 멈춘 순간.
내게 찾아온 건 다름 아닌, 고독이었다.
“이거 웃기네... 지금까지 사냥을 하고 덫을 설치하는 데 집중했는데, 결국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게 혼자인 거였어?”
나는 거처 앞에 앉아 눈앞의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파도 소리가 귓가에 윙윙 울렸다.
그 소리가 마치 누군가 내게 속삭이는 것처럼 들렸다. 아니, 어쩌면 정말로 속삭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곳에 혼자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고독이라는 감정은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적이었다.
“좋아… 이건 그냥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지 않아서 그래. 뭔가를 만들어야 해. 뭔가 재미있는 걸 만들어서 생각을 지워버려야 한다고.”
나는 바닥에 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 나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일을 떠올렸다.
“음… 그래! 뭐든 상관없어. 그냥 뭐든 만들어보자.”
◆ 새로운 계획: 생각을 지워줄 프로젝트
도구 만들기.
의사소통 방법 찾기.
새로운 목표 설정하기.
“좋아! 뭐부터 할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방치된 바나나 잎이었다.
“그래, 바나나 잎으로 무언가 만들어보자.”
나는 바나나 잎을 잘라내어 손으로 접고 묶기 시작했다.
덩굴을 꼬아 엮고, 잎을 겹쳐서 붙이고, 조금씩 형태를 잡아갔다.
“이걸 이렇게 묶으면… 오! 조금만 더 하면 되겠는데?”
내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작은 바나나 인형을 만들어냈다.
“우와… 그래도 꽤 귀엽잖아?”
나는 인형을 들고 웃음을 지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마음 한구석에 있던 불안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너 이름은… 덩굴이라고 하자. 반가워, 덩굴아.”
나는 만들어낸 인형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을 걸었다.
비록 이 인형이 대답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존재 자체가 큰 위로가 되었다.
“오케이. 덩굴아, 너랑 나랑 이 섬에서 잘 살아남아 보자고.”
나는 웃음을 지으며 인형을 거처 안의 안전한 곳에 두었다.
그러나 이걸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혼자라는 생각이 계속 나를 잠식해 들어왔다.
나는 다시 흙바닥에 앉아 생각했다.
“덩굴아,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히 먹고 자는 것만으로는 안 돼. 뭔가 목표가 필요해.”
나는 손끝으로 바닥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리고 그 안에 여러 가지 단어를 적어나갔다.
‘도구’, ‘보호막’, ‘식량 확보’, 그리고… ‘탈출 계획’.
“그래. 그냥 살아남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 섬에서 나가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해.”
나는 손끝을 탁 치며 외쳤다.
“그게 바로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을 이유야. 이제 그냥 버티는 게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거라고!”
그제야 마음속에 작지만 확실한 불씨가 피어올랐다.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목표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나는 다시 일어나 거처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만들어낸 덫과 무기들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더 나아가야 해. 단순히 살아남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나는 ‘덩굴’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나나 인형을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주변의 자연을 이용해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낼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덩굴아, 이제 우리 힘을 합쳐서 멋진 계획을 세우자. 이 섬은 우리 둘이 함께 헤쳐나갈 거야.”
지금까지의 두려움은 사라졌다.
대신 마음속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 차올랐다.
“이제 됐어. 이제부터는 이 섬도 나를 두려워하게 될 거야.”
나는 환히 웃으며 나무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무언가 새롭고 흥미로운 일을 찾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