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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토끼 Feb 04. 2024

초등 6년 후기 - 독서편

뭐라도 읽으면 되는 겁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큰 아이 얘기는 잠깐 뒤로 미뤄두고,

독서를 싫어하는 일반적인 아이들에 속하는 작은 아이 기준으로 얘기를 해야겠다.


1학년 최대 화두는 그림책에서 글밥 좀 있는 책으로 넘어오기

이게 그렇게 안 넘어온다. 그래서 그림책이라도 보라고 열심히 도서관에서 퍼 날랐다.

그림책도 '급'이 있어서, 반전이 있다거나 내용이 재미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책들은 찾기가 쉽지 않아 책 추천 카페에서 엄선하여 빌려오곤 했다. 그림책이라 읽기 부담이 적어서 그런지, 책 보라고 잔소리하면 보긴 보더라.


2학년쯤에는 만화에 맛 들였다.

Why, How, Who, 흔한남매, 마법천자문, 살아남기, 놓치마 과학 만화 시리즈에 맛을 들였다.

둘째는 이미 유튜브에 너무 노출이 돼서, 책이 지겨운 것 같았다.

그나마 만화책이라 참고 읽는 느낌. 그래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만화책도 책이니, 뭐든...이라는 심정으로.


그래도 한 번씩 '잭팟'이 터지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줄글책이 있으면, 책 읽으라고 잔소리할 때마다 그 책을 꺼내 읽는다. 그런 한 권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오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현재 4학년인데 그런 대박책이 겨우 한 10권 정도 있는 것 같다(다 얇음)


3학년 국어학원 보내다.

보다 못한 내가 강제성을 동원하기 위해, 동네 아파트에서 한다는 한O리라는 독서논술에 보냈다.

단어 채우기, 책 읽고 문제 풀기, 글쓰기를 하므로 엄마 심리 안정 서비스로는 아주 좋았다. (뭐라도 하니깐...)

그것도 1년이었다. 1년이 넘어가니 책도 대충 읽고, 단어 채우기는 레벨이 너무 높아져서 나 조차도 풀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뭣하러 고통스럽게 돈을 내고 다니나 싶어서, 1년 하고 그만뒀다.


이때 교재로 나온 떡집 시리즈를 참 좋아했다. 대박책 추가.


4학년, 독서록 쓰기 숙제로 책을 손에서 놓지는 못함.

학교에서는 전체학년에게 독서록을 제공하고 쓰게 하는데, 요것 때문에 의무적으로 꾸역꾸역 책을 읽긴 한다.

이젠 4학년이라고 그림책은 별로 읽지 않고(허세 쩜), 그렇다고 줄글책도 잘 읽지 않는다.

급할 때는 대박책을 재탕, 삼탕 고아서 독서록을 쓰고 있는 실정.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둘째 독서 취향은 웃긴 책, 감동적인 책, 동물 의인화 이야기, 100쪽 내외 책은 그나마 읽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전략을 바꿔봤다. 읽기가 싫으면 쓰자.

뭐든 써봐. 일기도 좋고, 시도 좋고, 지어낸 거도 좋으니, 읽지 않으면 써보기라도 하자. 이것도 조금 하는가 싶다가 말더라. 그래도 쓰기 자체의 시도는 새로운 시도였던 것 같다. 특히 시를 곧 잘 쓴다. 짧고, 직관적이고, 빨리 끝나고, 내가 많이 웃는 덕(너무 황당하여 웃은 것이지만)에...


올해 5학년 계획은요,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좀 고민스럽다... 아이 취향 저격 책을 잘 골라서, 살살 꼬셔서 주는 수밖에...

둘째는 승부욕이 좀 있어서, 책을 읽고 퀴즈를 푸는(아주 쉬운 거로) 형태로 접근을 해볼까 한다.

책카페에서 하는 건데, 엄마도 같이 읽고 퀴즈를 같이 풀고, 책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형태다.

슬로우 리딩이라고, 책을 쪼개서 자세히 읽고 퀴즈를 푸는 형태로 진행하는데, 아이가 이미 아는 책으로 해봤는데 효과(흥미를 보임)가 좋았다. 작심한달이라는 마음으로 일단은 퀴즈 풀기로 해보려고 한다.


6학년까지만 해줄 거다 -_-; 그다음은 뭘 해주려고 해도 거부할 테니... 조금만 힘내야지.




큰 아이는 책 읽기에 있어서는 내 딸이지만, 엄친딸이다.

늘 책을 끼고 살고, 빈 시간에는 도서관에 간다. (물론, 핸드폰도 하고 유튜브도 봅니다)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지 마시라. 그걸 알면 둘째를 저렇게 놔두진 않았을 것이다.

남들처럼 어릴 때 책 쫌 들이고, 읽어주는 게 좋다고 하여 자기 전에 꼬박꼬박 읽어주고,

계속 같은 책을 가져오더라도 주구장창 읽어줬다(아직도 외워서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러다가 아이 1학년 때인가, 내가 '공부머리 독서법'이라는 책을 읽고는

부랴부랴 그 책에 추천책으로 나오는 '꼬마 할머니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혔고,

여기서 대박이 났다. 아이가 재미있다고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바로 그림책 졸업하고 단숨에 줄글책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는 칭찬에 떠밀린 것인지, 정말 책이 좋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줄곧 책을 자주 읽었다.

매일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40권씩 퍼다 나른 나의 노력도 크게 일조했을 것이리라~

처음에는 속독이 심했는데, 우리 아이들 독서에 대한 얘기는 '책을 읽지 않는 진짜 이유'에서 좀 자세히 썼으니, 한 번 보고 가세요~

 

책 잘 읽는 큰 아이에서 느낀 점은, 일단 글을 읽는 게 힘들지 않으면 초능력(?)을 얻는다고 표현해도 좋겠다.

자기가 알고 싶은 것들을 책에서 찾는데 거침이 없다.

최근에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며, 법과 관련된 소설이나 수필을 끌어모아 탐독하신다.

읽기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다면, 그 다음은 아이가 스스로 그 능력을 사용함으로써 능력이 점점 발전하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전개인가?

수영이나 악기처럼 돈 들여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이면 정말 좋겠다.


돈을 들여서 가르칠 수도 없고, 윽박질러서도 할 수 없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읽기 능력'을 키우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독을 하든, 무협지나 로맨스 소설 같은 취향에 맞는 책만 주구장창 읽든, 만화책만 읽든, 독해 능력이 안 길러지는 것은 아니니, 뭐라도 읽는다면야 박수치고 환호할 일이겠다.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 장난감 매뉴얼을 열심히 읽는 둘째를 너그러운 눈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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