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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토끼 Oct 26. 2022

책을 읽지 않는 진짜 이유

+ 속독해도 괜찮아

초등교육의 반이 독서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학교는 독서를 강조한다. 미디어가 넘쳐나는 생활에 내가 열심히 읽어서 상상을 통해 장면을 볼 수 있는 독서를 좋아할 아이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부모들은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싶어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 집 큰 아이는 책을 많이 좋아한다(아싸!) 그리고 우리 집엔 TV가 없다. 정말 거실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나? 아니다, 작은 아이는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둘째를 자세히 관찰해보니...


소리 내서 책을 읽게 해 보면, 유창하게 읽지 못한다. 즉, 읽는 게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를 인정하기까지가 가장 힘들다. 그러나 인정하고 나면, 답은 쉽다. 소리 내서 자꾸 읽어보면 되는 것이니. 나는 아이를 붙잡고 하루 20분씩 같이 소리 내어 읽는 방법을 택했다. 동화책, 그림책을 차고 넘치게 봐서 글 읽기가 완전히 자연스러워져야 줄글책에 관심이 생겼을 때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글밥이 좀 있는 그림 동화책들을 왕창 빌려다 놓고, 아이가 한 권 두권 다 읽었다고 쌓아가면 '아이고 잘하네~ 하루에 12권이나 보다니. 엄마는 네가 너무 대견하다'라고 추켜 세우기도 하고, 직접 읽어주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글을 읽게 했다. 이젠 졸업했다고 기뻐했던, 잠자리 책읽기를 소환해야 할 때이다. 너무 재미있고 실감나게 읽어서 '엄마 내가 여기 한번 읽어볼게'가 절로 나오게...


아이의 관심사가 책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동네 아파트 놀이터를 모두 휘젓고 다닐 만큼 활동적인 아이이고, 관심사가 주로 남들 웃기기류인데 그런 건 책에 나오지 않으니 책에 관심거리가 없는 것이다. 수수께끼 책 정도 보더라. 부랴부랴 내용이 웃긴 책들을 공수해주다가, 최근에는 동시집을 빌려다 보는 편이다. 동시집은 일단 짧고, 일기에 패러디하여 활용하기 좋고, 그 많은 시 중에 몇 개는 격하게 동의가 되는지 곧잘 보더라. 물론 독서라고 부르긴 민망하지만 책을 읽으니 일단 됐다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내 목표는 '편안하게 글 읽기'이니까!


독서 성향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둘째는 일단 친구를 좋아하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적다. 집에 TV가 없는 것과 별개로, 친구가 많아서 책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 일과에 독서를 끼워 넣지 않는 한, 독서할 일이 1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내에서 하는 독서수업을 보냈다. 3-4명이 그룹지어 하는 독서수업인데, 친구들이 있으니 열심히 참여하고 숙제도 열심히 한다.


매주 10권 이상 씩 그림책을 도서관에서 공수해오고, 저녁마다 책을 읽어주려고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도 읽어보고 싶은 그러나 읽기 힘들 때는 읽고 싶다고 내게 가져오는데, 그런 변화를 긍정적인 신호로 생각하고 있다. 긴 책은 나도 힘드니, 하루에 한 챕터나 두 챕터만 읽기로 협상한다. 내가 읽어주는 동안 아이가 집중하며 듣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는 큐브를 돌리거나, 과자를 먹으며, 누워서 뒹굴뒹굴 내가 책 읽는 것을 듣는데, 그렇게 집중하지 않더라도 너무 화내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똑바로 앉아' 나오면, 서로 마음 상하고 즐겁지 않은 결말에 이르게 되니, '나는 읽는데, 너는 먹니? 노니? 누워있니?' 이런 보상(?) 심리는 잠시 넣어두자.




책을 잘 읽는 큰 아이 경우에도 의외로 몇 가지 고민이 있었다. 바로 속독. 책을 읽은 지 얼마 안 되는데 벌써 반을 읽고 있길래 벌써 앞에 다 읽었냐고 물었더니, '아니~ 재미없어서 다 넘겼어'라고 하더라. 나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지만, '나조차도 유튜브나 드라마 볼 때 원하는 곳만 보는데' 애써 이해하려 노력하며, 손에 책을 든 그 자체가 그저 좋아서 그냥 눈 감아 주었다. 


 한 번은 주홍글씨를 후딱 다 읽었길래 '그게 재미있어? 엄마가 기억이 안 나는데 마지막에 아이 아버지가 누군지 나오나?' 은근히 물었더니, 아이 답변이 기가 막혔다. '친구가 읽길래 읽어봤는데, 아빠는 안 나와' ㅋㅋㅋ 그래도 책을 손에 곧잘 들고 있기에 잘한다 잘한다 하며 도서관에서 주 30권 정도 책을 퍼다 부었고, 아이는 훑듯이 읽다가도 흥미가 생기면 이해가 안 되는지,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읽고, 또다시 읽었다. 심지어 다시 빌려달라고 하는 책들도 생겨났다. 그렇게 속독은 긍정적으로 자리 잡아갔다. 혹시 아이의 속독을 걱정하고 있다면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꼭 얘기해주고 싶다.


 또 다른 고민은 읽던 책만 또 읽길래 편독하나 생각했는데, 여기저기서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 새 책을 읽으라고 부추길 것이 아니라, 뭘 읽든, 다시 읽든, 읽기만 한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우리 아이는 요리나 음식책을 가장 좋아한다. 오무라이스 잼잼 전권을 소장하고(참고로 만화책이다) 외우다시피 반복해서 읽는다. 같은 작가의 차이니즈 봉봉클럽(역시 만화책이다)에는 글이 깨알같이 있는데도 좋아한다. 이 것 말고도 백종원 요리책, 우리 아이의 아침밥, 할머니의 레시피 등 여러 가지가 있고, 모두 3번 이상은 읽어본 것 같다. 만화책이든 추리소설이든, 무협소설이든 선입견을 갖지 말자.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책'이라고 부르니...


그래서 지금(5학년) 어떤 효과가 있나. 글 읽는 것이 편안하다. 긴 글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금방 이해한다. 그래서 사회, 과학, 역사 등 모든 과목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문해력이네, 창의력이네 여러 가지 책의 효과는 많지만, 편하게 읽고 이해하고 답하는 것이,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쓰는 것까지가 독서의 모든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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