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주검의 유혹

좀비의 아찔한 포옹

by 하루살이

모과 - 김원희


죽어서

썩는

시취(屍臭)로 밖에는 너를

사로잡을 수 없어


검은 시반(屍斑)이 번져가는 몸뚱어리

썩어갈수록 참혹하게

향기로운

이 집요한, 주검의

구애를




Frida kahlo, <The Broken Column>, 1944


초등학교 친구들이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을 새벽 6시면 일어나곤 했다.

투박하고 큼지막한 손바닥을 통해 가슴팍에 스며드는 아버지의 온기가 밤동안 식어있던 몸을 덥히고.

반쯤 감긴 눈으로 차를 타면, 어느새 수영장에 도착해 있었다.


어푸-어푸-

정신없이 헤엄을 마치고 나면 콧속깊숙이 스미는 겨울.

그 안에는 시린 모과 향이 퍼지곤 했다.


먹을 수는 없다던 모과는 군데군데 짓물러 갈수록 더해가는 향기로 차 안을 가득 채웠다.




Egon Schiele, <Schwarzhaariges Mädchen methochgeschlagenem Rock>, 1911


썩어가는 제 몸뚱어리 밖에는 너를 사로잡을 방법이 없는 모과. 모과의 제 살을 썩히는 ‘집요한 구애’를 담은 참혹한 향기에서 이제는 쉴레의 드로잉이 떠오른다.




Egon Schiele, <Lovers>, 1913


헐벗고 뒤틀린 신체와 대상에 대한 집착이 자아내는 관능미.


시퍼런 멍에서 풍기는 농밀한 향기로만 이목을 끌 수 있는 모과는 자해 외엔 유혹의 기술을 모르는 것 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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