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가는 것들이 남기는 것들
모과 - 김원희
죽어서
썩는
시취(屍臭)로밖에는 너를
사로잡을 수 없어
검은 시반(屍班)이 번져가는 몸뚱어리
썩어갈수록 참혹하게
향기로운
이 집요한, 주검의
구애를
시의 문장들을 곱씹으며 하나 둘 검은 시반이 피어날수록 울컥울컥 시취를 뱉어내는 모과를 상상해봅니다. 광활한 우주, 주변의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소용돌이치면서 빨려들어 강한 X선을 방출하는 퀘이사가 떠오르네요.
블랙홀은 ‘은하 중력 발전소’라고도 불리곤 하는데요. 블랙홀로 떨어지는 물체들이 발하는 강렬한 빛처럼, 추락하는 것들은 아름다움을 내뿜곤 합니다.
검게 썩으면서도 점점 더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는 모과의 주검 속에서 김원희 시인은 추락하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찾은걸까요?
다가오는 에세이에서는 김원희의 시 ‘모과’를 바탕으로 죽음과 부패,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과 관련된 그림들과 제 기억들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후각 정보는 시각 정보 및 기억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죽어가는 모과의 시취를 음미하며 눈을 감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