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죽편 . 1 - 여행> - 서정춘
여기서부터, —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강물 위로 떠 있는 불빛들이 비추는 길을 따라
죽림(竹林)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불어오는 바람이 노래하던 맑은 휘파람은
검푸른 미래가 전하는 은밀한 속삭임으로.
깊어지는 그림자는 대나무와 춤을 추고
내딛는 걸음마다 낯선 별천지가 펼쳐졌다.
하루다방, <대숲>, 2025
시작의 순간마다, 서정춘 시인의 죽편을 되새김질 한다.
‘대꽃이 피는 마을’의 이상향을 꿈꾸며 떠나려는 여정은
‘푸른‘ 희망을 지니고 있지만,
’칸칸마다 밤이 깊’은 지난한 고독의 길이며
“— 멀다”
서정춘 시인이 5줄 속에 그려낸 묵직한 공백은
안개로 뒤덮인 피안(彼岸)의 세계를 향한
프레드리히가 그린 방랑자(wanderer)의 뒷모습과 겹친다.
“깊은 밤” 같은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가까워 오는 “푸른 기차” 속 새로운 여행의 시작을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