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빔에 대한 단상.
여러 사람을 만나고, 소소한 작은 대화들을 하고,
중요한 사람과 만나고, 식사를 하고, 이야기들을 하고,
잠깐 가벼운 게임을 하고, 또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많은 사람과 만나고, 많은 인사를 한다.
사람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간다.
하나 둘 다들 각기 어디론가 흩어진다.
남아있다. 나는 남아있다.
내 집은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인센스 냄새가 있고,
내가 좋아하는 저렴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나의 기타가 있다.
마음껏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집에 들어가지 못할까.
그래도 아직까지는 집에 들어왔을 때 냉기가 있어서일까.
점심 식사를 하고 쌓여있는 설거지가 있어서일까.
집에 돌아가게 되면 하나 하나 밖에서 쌓인 먼지를 벗어내야 하기 때문일까.
아직 정리하지 못한 창작에 대한 강박이 쌓여 있는 것일까.
혹은 집에 들어가서도 떠오르는 창작을 몸서리치며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일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나는 정말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채워짐을 갈망한다.
아마 나는 이미 채워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허전한 것은,
내가 채워져 있는 것을 믿지 못함이 아닐까.
내가 무력한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
나에게는 하나도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비워져 있다고 착각해서 지금 나는 비워져 있는 것이리라.
나는 차 있다.
내 힘이 아닌, 당신의 힘으로써, 나는 그래도 꽉 차 있다.
그 사실에 매 순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