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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고 Feb 26. 2020

소상공인으로 코로나에서 살아남기

통제 불가능한, 겉잡을 수 없는 악재에서도, 나의 가게는 살아남아야 한다

마지막 글을 작성한지 꽤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브런치를 포함한 글을 멀리하고, 팟캐스트나 유튜브 같은 시청각 자료를 가까이 하는 생활을 하고 있으나, 이처럼 가혹하고 어려운 때에 #생존신고 의 의미로 오랜만에 글을 적습니다.


이 글을 적는 2020년 2월 26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한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1,146명을 기록하고 있고, 사망자 수는 11명, 검사 중인 수만 1만6천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이 읽히는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위의 숫자는 매우 달라지겠지요.


저는 언론인도 아니거니와, 임상의학이나 면역학에는 더더욱 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특별한 예방 방법이나 대단한 정보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숙박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서 지켜본 단상을 짤막하게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코로나의 첫 등장, 의심과 예방


코로나-19는 1월 말엽, 설 연휴 직전에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일명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중국 우한 시 지역에서 많은 환자들에게서 심각한 폐렴 증상을 일으키고, 확산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죠.

적절하지 못했던 조치와 설 연휴가 겹쳐 중국 전역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많은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는 10명 이하 수준으로, 각 개인이 '0번 환자'로 불리며 감염자들의 동선 하나 하나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죠.


외국인/내국인 여행자를 주로 맞이하는 게스트하우스/호스텔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이 당시의 손님들의 반응은 주로 '의심'과 '예방'이었습니다.


1. 중국 발 예약: 중국 정부의 비자 발급 제한으로, 중국 발 예약의 전수가 취소되었습니다. 다른 호텔이나 비즈니스 예약 등은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춘절(설 연휴) 직후인 1월 27~28일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오는 모든 예약이 취소되었습니다.

2. 예약 플랫폼: 부킹닷컴, 아고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글로벌 예약 플랫폼에서는 긴급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수수료 인하 지원 같은 숙소 좋은 일은 물론 없었고(...), 중국 발 예약이 취소될 경우 환불을 내건 대책이었지요. 이 덕에 중국 발 예약이 전수 취소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3. 내국인들의 반응: 주로 걱정하고 우려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외국 손님이 많은 숙소라 걱정된다며 취소하는 분들도 계셨고, 주 발원지인 중국 발 예약자가 많은지 문의하는 손님들, 심지어 외국인 전체와 한국인을 격리시켜 달라는(...) 분도 계셨습니다.

4. 다른 외국인들의 반응: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반응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1월 말~2월 초 당시의 한국은 코로나-19가 많이 퍼진 국가가 아니었기에, 비교적 우려하는 반응이 크지 않았습니다.


위와 같은 반응에 따라, 2월 첫째 주에는 중국 발 예약 취소, 내국인들의 우려에 따른 일부 예약 취소로 타격은 다소 있었지만, 가격 인하와 적극적인 프로모션으로 짧은 시간 안에 회복의 기미가 보였습니다.

2월 14일 발렌타인 즈음에는 예약률은 평소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었고, 인하했던 가격도 조금씩 정상가를 향해 조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겉잡을 수 없는 확산, 공포와 소요사태


하지만 2월 20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종교단체를, 숙주에 가까운 매개체로 하여 겉잡을 수 없이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고, 2월 26일 현재도 퍼지고 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여행력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검사하고 확진했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40명 이하 수준에서 머물러 보였지만,

사실 이미 바이러스는 지역사회에 퍼질 대로 퍼진 상태였고, 여행 기록이 없다고 검사에서 되돌려 보내진 사람들 중에서도 이미 감염자는 존재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0번 환자' '00번 환자'라는 네이밍은 의미가 없어졌고, 천 단위를 넘어선 확진자 수에 온 사회는 패닉에 빠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1월 말 설 연휴, 아니면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조용히 세를 불려나가고 있던 코로나-19는 2월 20일을 기점으로 세상에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장막을 한 꺼풀 걷어내자, 하루에도 수백 명씩 확진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결과를 받은 '확진자'의 수라는 것이고, 현재 검사를 대기 중인 1만6천 명을 비롯해 자기도 모르는 새에 감염되어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아마도 수천, 혹은 그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너무 디스토피아스러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공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월 20일 이후로 저희 게스트하우스와 캡슐호텔에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1. 중국 발 예약: 1월 말부터 이미 중국 발 예약은 아예 접수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간간이 홍콩 발 예약은 있었으나, 중국 본토에서 오는 예약은 1월 말부터 전부했다고 보면 됩니다.

2. 예약 플랫폼: 부킹닷컴, 아고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글로벌 예약 플랫폼은 '코로나-19로 인한 취소는 자연재해에 따른 취소로 간주'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2월 26일 현재 아직 한국은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는 않고 있지만, 모르는 일이지요. 당장 내일에라도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입니다.

3. 내국인들의 반응: 공포로 인해, 소요사태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이는 포럼, 박람회, 콘서트 등 각종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고, e-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단체행사는 물론 개인들도 외출과 행동을 극도로 꺼리고 있어서, 방문하는 일정을 취소하고, 숙박 일정을 바꾸는 등 공포로 인한 대규모 취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4. 다른 외국인들의 반응: 2월 26일 현재, 한국은 전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 수가 많은 나라입니다. 그들에게 한국은 '감염 위험 지역'이고, 몇몇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여행 제한국가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프랑스, 미국, 호주, 국가를 가릴 것 없이, 외국인 손님들은 coronavirus, COVID-19 를 우려하며 예약을 취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6년 1월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한 후 5년 차인 올해, 숙박업에 뛰어든 후 처음으로 취소된 숫자가 예약된 숫자보다 많은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coronavirus로 인해 줄줄이 취소되는 예약들. 메시지 하나하나마다 마음이 찢어집니다.


중국과 한국이 끝일까?


한 가지 더 우려되는 점이라면, "그나마 한국 만이 확진자 수를 통해 코로나-19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하루에도 수천 명에 달하는 검사를 통해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있고, 증상이 없는 사람들도 바이러스 보유자라면 전원 확진 판정을 내리고 있다 합니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단순 고열이나 감기 증상자에게는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고, 심각한 폐렴 증상을 보이는 환자 일부에게만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리면서, '사실 이미 바이러스는 전세계에 확산되어 있는 상태이고, 확인이 안 되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 하는 더 큰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부디 걱정이 겁 많은 자의 단순 기우로 끝나기를 바랍니다...


한 일본 언론 프로그램의 캡쳐. 절대적인 검사 수가 적은 상황이라, 감염자 파악이 안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행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저희 같은 숙박업의 타격도 크지만, 주변 상황을 보면 외식업이나 유통업 등 업계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소상공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숙박업은 미리 예약이 잡히기 때문에, 예약 현황을 통해 매출을 미리 파악하고 비용을 절감하거나 운영을 조절할 수 있겠지만, 실시간 유입 고객 위주인 매장 영업 소상공인들은 하루 하루가 고난의 연속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마음 속 한 켠에서는 '다함께 합심하면 봄까지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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