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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Dec 16. 2024

[100-99] 생각 전환, 마음 먹기 나름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은 만감이 교차한다. 주말동안 느슨하게 풀어놓았던 마음과 생활리듬을 다시 돌려놓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는 일부터 다짐이 필요하다. 어제 일찍 잤어야했는데 이거저것 끄적이고 검색하고 하다보니 1시를 훌쩍 넘겨서 누웠다. 생각이 많으니 금방 잠들지 못해서 뒤척이다가 2시 넘어서 겨우 잠이 든 것 같다. 


 아침에 알람을 한 번 끄고 다시 깜빡 잠드는 날은 쎄한 기분과 본능에 갑자기 눈이 떠지고 몸이 튀어오른다. 핸드폰으로 확인하니 시간이 역시나 불길함이 맞았다. 7시 35분!!!! 으아아아악!!!  


 딸~!!! 일어나~일어나 큰일났다. 

부랴부랴 베이글과 사과, 후무스로 아침을 차려주고 나는 공복 운동갈거라서 운동복과 준비물을 챙겼다. 


 아이 등교시키고 센터가서 운동하고 씻고 12시에 집에 와서 첫 끼를 여유롭게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개봉한 영화 소식에 올초에 사놓고 안 읽은 <하얼빈>을 집어 들고 난방 텐스안으로 들어가 이불을 쌓아놓고 비스듬히 기대서 한참을 읽었다. 너무 뜨끈뜨끈하고 노곤노곤하구나~ 하다가 스르르 잠들어 버렸다. 역시 전기 장판은 위험하다. 쥐도새도 모르게 낮잠이 들어버린다. 


  정신을 차리고 딸 하교 시간이 다가와서 태우러갔는데 아이가 나름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기분좋게 같이 외식하러 식당을 찾아갔는데 단체 예약으로 개별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1차 고난. 

에잇~ 차를 돌려서 다른 곳을 찾아가려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 2차 고난. 

비는 내리고 급한 마음에 오른쪽으로 바짝 붙어서 틀다가 인도구분석 위로 차가 살짝 올라갔다 내려왔는데 끼익 소리와 함께 바퀴가 덜컹하는 것 같더니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졌다는 경고등이 들어왔다. 3차 고난.

설마설마.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내려서 확인하니 예전에도 한 번 해먹어서 휠도 심하게 긁혀있는 오른쪽 뒷바퀴 타이어가 찢어졌다.고난 정점


 호사다마인가. 

그동안 계속 힘들고 고생했는데 오늘 겨우 좋은 소식 하나 들었다고 바로 이렇게 시련을 주시다니요. 

외식이고 밥이고 뭐고 바로 타이어를 교환하러 갔다. 보시더니 윗부분이면 떼워보려했는데 옆에서 찢어진거라 어쩔 없이 교환해야 한단다. 남편에게 전화하니 뒷바퀴 갈라고 하는생각지못한 지출에 터진 타이어만 갈겠다고 했다. 으윽 카드값. 


 수리가 끝나고 계산하려는데 엔지니어분이 심각한 얼굴로 앞바퀴 두 개가 완전 마모된거 아시냐고 묻는다. 네?? 생각해보니 몇 년동안 앞바퀴를 갈아끼운 기억이 없다. 이 상태면 눈이 오는 날 브레이크 잡았을 때 백퍼센트 헛돌거나 밀려서 엄청 위험하다고 빠른 시일내에 교환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곧 눈이 많이 내릴 시즌인데다 주말에 장거리 왔다갔다하는 일정을 생각하니 갑자기 무서워졌다. 빨리 교환해야겠다.


 만약 오늘 타이어가 터지지 않았으면 나는 계속 이 상태로 다녔을 것이다. 점검받지 않았으면 눈길에 더 큰 일을 당할 뻔 했다고 생각을 전환하니 너무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까는 하필 이렇게 말도 안되게 타이어가 터지는 일이 생기냐며, 또 돈쓰게 생겼다고 투덜거렸다. 그런데 불과 십 분만에 나와 딸아이 목숨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있다고 몇 십만원 타이어값이 문제냐며 마음이 달라졌다. 


 남편은 소식을 듣더니 안그래도 타이어 간지가 오래되어서 신경이 쓰였는데 잘됐다고 내일 바로 교체하라고 하기에 알겠다고 했다. 근데 속상해서 외식하러도 안가고 그냥 대충 사들고 가서 딸이랑 집에서 먹을거라고 했더니 자기 카드로 꼭 가서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한다. 그리고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문자를 보니 타이어값을 송금해줬다. 감동이잖아. 역시 내편밖에 없다. 기분 풀고 좋은 일 기념하라고, 가서 인증사진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한다. (내가 식당 안가고 집에 갈까봐 확인사살)


 이 또한 생각을 다르게 하게 되었다. 평소에 남편이 너무 세심하고 내 고민이나 힘든 일에 지나치게 반응하고 속상해하거나, 자세하게 확인하려 들어서 내가 짜증낼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일부러 말 안하는 일도 있고 내 선에서 무시하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지 말아야겠다. 남편의 배려와 세심함, 한결같음은 진짜 고마운 일이다. 자상하고 다정한 배우자가 있음에 감사해야지. 


 딸과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내일 먹을 빵을 샀다. 영수증 리뷰를 올리면 아메리카노를 주신다기에 또 바로 열심히 올렸더니 딸이랑 둘이 먹으라고 커피 두 잔을 주셨다. 다음에 와서 또 두 번째 리뷰라고 올리면 그때도 커피를 주시겠단다. 세상에나. 이렇게 친절하고 넉넉한 인심이라니요. 

 커피 맛도 너무 좋았다. 차에서 딸과 둘이 감동하면서 다음에 꼭 또 오자고 약속했다. 


 중간 과정은 험난했지만 결국에는 좋게 마무리된 일들로 오늘 여러가지 깨달은 게 많다.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어 감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마음을 먹으면 달리 보인다는 것,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탓하지 말고 통제할 수 있는 내 반응을 잘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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