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에서 만난 나무들.
겨울의 고궁.
눈길이 머문 백송은 수피가 만들어낸 무늬가 너무나 아름다운데
껍질이 벗겨지는 아픈 상처는 아닌가 생각했다가
결국 아름다운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아픔으로 인한 상처와 흉터가
숭고한 미로 거듭났기 때문에 인정받는 게 아닐까.
궁궐 안의 나무들은 각자 고유하게 휘어지고 그런 곡선의 휘어짐이 서로 어울려 멋스럽다.
돈의문 앞에 있는 고목은 안쓰럽기도 하고
그 자체로 독보적인 존재감이 있다.
긴 세월을 살아낸 흔적과 손상때문에
이제는 받침대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
오랜 날들 겪어낸 삶의 무게로 더이상
혼자서는 힘들겠다싶으면 기대어 갈 수도 있는 거지.
잘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다.
수피가 또 다른 형태로 아름다운 나무.
결과 빛이 어쩜 이리 고울까.
신비로운 나무의 자람.
추운 날씨와 꽁꽁 언 바닥때문에
긴장하며 발걸음을 딛고
빨개진 코와 장갑도 없어 주머니속 핫팩에 의지한 채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었다.
문득 올려다봤는데
계속 눈길을 붙드는 담장 위 나무가
조명때문에 만들어 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담을 사이로 마치 결계가 쳐진 두 세계가 분리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이쪽 세상과 담장 너머 저쪽 세계는 다를지 모른다.
겨울의 덕수궁
눈쌓인 궁궐 지붕
뽀득 밟히는 흙길
해지는 어스름 노을
은은하고 따듯한 느낌의 노란 조명
모든 것이 낭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