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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감나무

by 은가비

시골집 텃밭에는 오래된 감나무가 몇 그루 있다. 수령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2005년에 결혼했을 때도 있었으니 아마 30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가을마다 감을 주렁주렁 매달아 우리에게 감따기의 즐거움을 주었던 나무들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병드는 가지가 생기고

해마다 상태가 안 좋아지는 나무가 보였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열린 감의 상태도 점점 별로일 수밖에...

작은 아버님 말씀으로는 약을 안치고 키워서 그렇다고 하신다. 진짜 오래된 매실 나무도 결국 병들고 볼품없어져 베어졌다.


키워보지 않고 사먹는 입장에서는 유기농이 몸에 좋고 당연한줄 알겠지만 그건 너무 이상에 빠져 있는 생각이다. 직접 농작물을 키워보면 농약을 안치고는 제대로된 과실을 얻기가 얼마나 힘든지 절절하게 알게 된다.


아무튼.

감나무가 병충해를 입고 상하고 하는 과정들이 알게 모르게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서 서서히 죽어갔나보다. 7,8그루가 줄지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4그루 정도 남았다.


아랫채에서 텃밭을 향해 난 창문을 열면

그 중 가장 크고 상태가 아직은 괜찮은 나무가 보인다. 나름 수형이 보기 좋다.

한겨울 잎사귀 하나 없이 가지만 남았는데 그 굴곡들이 생겨나고 이렇게 뻗어나가도록 자라는 동안 나무가 감내했을 세월이 느껴져서 괜히 뭉클해졌다.

감정이 괜히 더 센치해지는건 나무 뒤편으로 보이는 아련한 산능선 뒤로 지는 24년 마지막 날의 해넘이라서 그랬을까.


매일 해는 뜨고 지겠지만 우리는 새해 첫 일출에 기어이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나는 한해의 마지막 해가 저물어가는 이 풍경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정말 열심히 살았던 2024년 잘가~

그리고 반갑다~ 2025년!

더 멋지고 건강하게 살아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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