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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Oct 25. 2024

[100-47] 나다움을 만들어가기

 누군가 칭찬을 하면 자동적으로 "아유,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라고 하며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좋은 이야기로 나를 인정해주면 부끄럽고 민망해서 자꾸 나를 낮추는 말을 한다. 나의 그런 화법을 몇 번 경험한 사람들이 정색을 하면서 왜그렇게 말하냐고, 겸손이 과하면 그것도 별로라는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마음도 먹고 내가 나를 이렇게 낮추는데 누가 나를 존중하겠나 싶어서 반성도 했지만 쉽게 나아지지는 않는다.

 

 오늘은 운동 후 인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지인들의 칭찬 댓글에 또 자신을 비하하는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알아차렸다. 예를 들자면 "스타일이 예쁘다. 보기 좋네."라는 댓글을 달았다면 "아니에요. 뚱뚱이가 되어서 후줄근하게 입었는데..."라는 답글을 다는 식이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그냥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정도로 반응했어야 했는데 하고 뒤늦게 후회한다.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곡하거나 지나친 겸손으로 퇴색시키곤 하는 이 몹쓸 습관을 고쳐야 할텐데. 남편에게서도 자주 조언을 듣는다. 사고방식을 고치라고.


 사실 내가 느낀 것은 최근 살이 많이 쪄서 지방으로 덮힌 몸을 가리려고 레깅스대신 헐렁한 조거 팬츠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운동한 것이라서 칭찬하는 말들이 전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와 식단, 운동을 꾸준히 해서 커팅이 잘된 상태일 때는 최대한 근육의 움직임과 눈바디를 체크하려고 몸매가 드러나는 레깅스와 브라탑을 입었다. 그럴때 받는 칭찬들은 나 스스로도 내 상태를 인정할 수 있기에 부정하지 않고 감사하다고 했던 것 같다. 나 자신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너무 솔직하게 내 상태와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이 쪘을 때도 빠졌을 때도, 근육이 잘 만들어 졌을 때도 지방에 덮혔을 때도,  나는 나인데 왜 내가 나를 부정할까. 보기 싫은 모습의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런 내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기 전에 내가 선수치듯 까발려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자신을 비하하듯 반응하는 게 문제다.


  이것은 운동과 다이어트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내가 하는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잘하고 싶은 글쓰기에서 "잘하고 있다", "글이 솔직하고 공감가서 좋다"라는 피드백을 들으면 "언어가 빈곤해서 너무 뻔한 글밖에 못쓴다."라고 답한다. 일적인 부분에서 소위 말하는 '능력자'라는 말을 해주면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생각하고 자동으로 "진짜 좀 능력자가 되고싶다."라고 한다. 심각하다.


 그냥 좀 부족해도 이게 나인걸 인정하고 나름 나답고 괜찮은 점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좋을텐데 왜 그럴까. 완벽한 사람은 없고 나는 노력하는 보통 사람인걸 편하게 인정하면서 자신에게 좀 관대해지자. 의례적일지도 타인들의 칭찬에 적당히 응수하는 연습을 계속 해야겠다.


 

  모든 사람에겐 장점이 있다. 언젠가 받은 응원의 말, "누군가에겐 워너비일수도 있다."는 진심으로 힘이 되었던 말을 붙들고 좀 더 자신감을 장착해야지. 나에게도 분명 장점이 있을 것이고, 어떤 점은 누군가에게 닮고 싶은 면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나다운 아름다움을 계속 찾아보자.


 아직 확신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생각보다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다. 어느 연예인이 시상식에서 자기는 언제나 자신을 믿었다며, 자기를 믿는 것, 그것도 재능이라고 했다. 앞으로 내가 많이 키워나가야할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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