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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Oct 24. 2024

[100-46] 여행하듯이 일상을 즐겨

 "(챔피언) 소리 지르는 네가

  (챔피언) 음악에 미치는 네가

  (챔피언) 인생 즐기는 네가

  (챔피언) 네가 챔피어어언~"

가수 싸이의 챔피언이란 노래 후렴구다.


 차 안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즐기니까, 소리소리 지르며 따라 부르니까 나는 챔피언이다. 게다가 혼자서도 잘 놀면서 인생을 틈틈이 즐길 줄 아니까 챔피언 맞네.


 '날씨는 철학을 바꾼다'는 책을 사놓고 앞부분만 읽다가 말아서 날씨가 철학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안다.


 "날씨는 내 기분을 바꾼다!!!"


흐린 날은 기분이 가라앉고 맑은 날은 동동 들뜨는 기분이 된다. 청명하고 맑은 날에는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을만큼 내 기분은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오늘은 아침과 낮의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유독 햇살이 쨍하고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파랗다. 이런 날씨에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집에만 있기엔 내 하루가 아까워서 주변에 갈만한 곳을 검색해봤다.


 멀지 않은 곳에 한옥 카페가 있다. 한옥 참 좋아하는데 한옥 카페라니 어떤 곳인가 궁금해졌다. 가봐야지!

  와서 실제로 보니 오길 참 잘했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곳이다. 카페 입구 주변에는 가을 들꽃들이 자연스럽고 무성하게 피어있고, 풀밭에서 나른하게 볕을 쬐며 졸고 있던 고양이는 그 자체로 한 편의 그림이다. 얼마나 느긋하고 평온해 보이는지 부러울 지경이다. 창작자와 예술가들의 뮤즈인 이유를 알겠다.


 한옥에 왔으니 커피 말고 전통차를 마셔야지. 기분을 제대로 내려고 계피생강차를 주문했다. 기다리는동안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소품도 정겹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

  한옥이 제법 커서 작은 방들이 여러 개 나뉘어있어 어디로 들어가야하나 고민이 되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는 방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둘러보다원하는 뷰가 있는 방에 자리를 잡았다.


 댓돌위에서 신발을 벗으며 올라가는데 기분이 묘했다. 마치 전생이 갑자기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분이랄까. 뜬금없는 상상을 해봤다. 나는 전생에 아씨였거나 안방마님이었으려나, 아니면 신분이 낮아서 힘겨운 생활을 했을까, 호옥시 유명한 기생은 아니었을까 등등. 한옥에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와 연관이 있지 않나 싶어서 해본 엉뚱한 상상이다. ^^


 한옥의 나뭇결이 주는 질감의 독특함이 마음에 들고 특히 맞바람이 치도록 마주 나있는 문을 좋아한다. 열린 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 자체로 액자에 담긴 그림같아서 한참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한옥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여기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도 과하지 않게 은은했다. 게다가 중정에 만들어진 작은 연못 분수 소리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섞여 더 듣기 좋은 콜라보가 되었다.


그 소리를 듣는 귀는 행복하고, 방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마음은 느슨해졌다. 뜨끈하고 진한 차를 마시니 몸도 노곤노곤해져서 할 수만 있다면 여기 드러누워 한잠 자고 싶어졌다. 한없이 평온해진 기분으로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멀리가지 않고도 여행하는듯한 기분을 누리는 걸 좋아한다. 오늘처럼 어디 가볼까 생각하다가 찾아온 곳이 기대 이상이면 신이 난다. 오롯이 나혼자 충만하게 느끼며 여행 기분을 내고 가지만 다음엔 가족이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와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에 저장해둔다.


 일상 예술, 일상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삶을 추구하는 편이다. 거창하지 않고,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으며, 큰 마음 먹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생각보다 많다. 조금 부지런해지면 더 자주 누릴 수 있다. 어쨋든 오늘의 여행같은 나들이는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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