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과 일상에 적응하느라 이틀간 멍한 상태였다. 아이 픽업말고는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니 무기력해져서 낮에는 졸리고 집중력이 안생겼다. 몸은 으슬으슬하고 몸살이 올듯말듯한 묘한 통증이 있는 상태라서 기분이 좋지 않은데 설상가상으로 날씨도 흐려서 기분이 아주 제대로 가라앉았다. 독서활동지를 마무리해서 보내야하는데 좋은 질문도 잘 안떠오르고 커피를 마셔도 각성 효과는 커녕 더 피곤해지는 기분이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 할 일을 질질 끌며 하느라 능률이 오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날을 보냈다.
이틀 연속으로 테라플루를 타서 마시고 잠들었다. 약에 살짝 취해서 잠들어서 그런지 아침에는 알람을 여러 번 끄고도 일어나지 못해 개운하지 못한 기상을 했다. 더이상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경각심이 생겼고 문제가 뭘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몸을 덜 움직이고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오래 앉아있으니 순환이 안되서 다리는 퉁퉁 붓고 이 붓기는 그대로 두면 또 살로 갈 것이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데 운동챌린지 단톡방에 매일 운동을 하고 인증샷을 올리는 여인들을 보니 조급함까지 보태졌다. 탄탄한 몸, 균형잡힌 식사, 운동한 시간까지 인증하는 사진들이 매일 올라온다. 어쩜 그리 체력들도 좋은지 강철 체력의 여인들이다. 남들은 다들 이렇게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사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지? 바프도 혼자 가서 척척 찍고 불과 몇 달 전에 피트니스 대회까지 나갔던 거 맞아? 또 나자신을 쭈그리로 만드는 낮은 자존감 사고가 발동했다.
운동 인증방의 시스타들이 근육 빵빵한 몸과 어마무시한 운동 루틴과 유산소 시간을 자랑하는걸보면서 며칠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운동도 못하고 먹고 앉아있기만 했으니 반성과 신세한탄밖에 할 말이 없는데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 않던가. 그래서 그냥 닥치고 하기로 했다. 그들을 부러워만 하지말고 나도 운동하면 되는거 아닌가.
오늘은 생활도 몸과 마음도 정상으로 끌어올리자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갔다.
예전에 한 번 와본 적이 있는데 시설이 넓고 쾌적하다. 운동기구도 제법 골고루 있고 스트레칭 룸에도 소도구들이 여러가지가 있어서 활용만 잘하면 되겠다. 헬스장마다 운동기구 중량과 이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막 했다가는 다칠 수 있어서 직접사용해보면서 중량감과 자세를 맞춰보았다. 오늘은 분할없이 그냥 상하체 부위 골고루 하면서 한동안 쓰지 않았던 몸에 발동 걸어주는 정도로 생각하고 운동했다.
아, 그런데 운동하다보니 점점 몸에서 열이 나면서 서서히 머리가 맑아지는 게 아닌가. 그래, 바로 이거지! 이거였다. 아드레날린이 솟고 의욕이 샘솟는 이 느낌! 며칠간 멍하고 아프고 몸살이 올 것 같았던 원인은 운동을 안해서였던게 맞았다. 역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다. 기구로 근력 운동 1시간 좀 넘게 하고 유산소 40분쯤 했더니 땀도 나고 얼마나 개운해졌는지 모른다. 활력이 생기면서 오늘은 낮에 병든 닭처럼 졸리던 증상도 없다.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또 이렇게 몸소 깨닫는다.
사십대에게 근테크와 운동은 너무 중요하다. 나의 화두는 '지속가능성'인데 내 일상에서 운동도 식단도 공부도 독서도 지속가능한 상태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고민이자 목표다. 이벤트성으로 화라락 하다가 말아버리는 것들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운동과 식단도 지치지 않고 질리지 않게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고, 공부와 독서는 계속 하고 있지만 모임이나 맡은 일이 과해지지 않게 조절하는 중이다.
좋아하는 중국 속담에 '부파만 즈파찬' 이란 말이 있다. 느리게 가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다만 멈추는 것을 걱정하라는 의미다. 지속가능을 생각하게 하는 이유중에 이 속담도 한몫 한다. 더디 가더라도 멈추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나이키 슬로건 JUST DO IT. 닥치고 그냥 하라는 과격한 표현으로 쓰는 경우도 있던데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하라는 의미의 "그냥 해." 생각이 너무 많으면 재고 따지고 하느라 실행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못하거나, 실행하기 싫어진다. 그러니 그냥 하자.
남들 부러워하고 시기 질투 하면서 조바심 내지말고 그냥 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여건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글쓰기도 운동도 독서도 그렇다. 닥치고 그냥 하자. 꾸준히 내 속도로 계속 해 나가다 보면 내가 걸어온 흔적에 길이 생길 것이다. 나는 나답게 해 나가자. 꾸준히 그냥 하는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