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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Oct 26. 2024

[100-48] 시절인연이라는 말

 흔히 '시절인연'이란 말을 많이들 쓴다. 막연하게 어떤 시기에 만나게 되는 사람이나 인연에 대해 생각했는데 정확한 뜻이 궁금해졌다. 이런저런 글을 찾아서 읽어보다가 내가 알고 있는 의미와 전혀 다른 해석을 한 글을 보게 되어 흥미로웠다. 일부를 옮겨 적어본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은 불교용어로 '때가 돼야 인연이 생긴다, 때가 돼야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인연이 있어야 때가 온다'는 뜻이라고 한다. 즉,시절[時節]이란 인연[因緣]에 의해 오는 것으로. 어떤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원인과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그러니 때를 기다리지 말고, 좋은 때가 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시절인연의 제대로 된 뜻이라고 한다.



 인생의 주인으로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졌다. 수동적으로 때가 오겠거니, 인연이나 일이 찾아오겠거니 하는 태도가 아니라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라는 의미의 말이었다. 인생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고 내 계획이 순탄하게 착착 진행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지만 그래도 내 인생은 내가 노력하는대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가져야지. 지금 내가 선택과 결정이 훗날 돌이켜봤을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여길 있는 노력이었으면 좋겠다.

 


  생각지도 못하게 거주지를 옮겨서 지내게 되었지만 이것은 시절인연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오늘은 특히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한껏 희망적이 되었다. 따끈한 가을 햇살은 내 걱정을 무장해제시켜서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빨래도 널어 말리고 장독들도 물로 좀 씻어내니 마음이 한결 뽀송하고 빳빳해진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머릿속도 꺼내서 우중충한 것들은 탈탈 털어버리고 아주 상쾌하게 빠삭 말리고 싶다.


 날이 너무 좋아서 한옥카페에 또 갔다. 오늘은 딸을 데리고 같이 가서 작은 사랑방에 들어갔다. 책도 아주 조금 읽히고 온돌방에 누워 몸을 좀 지지고 한껏 느슨하게 보냈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의 하늘을 문밖으로 바라보는 낭만은 또 새로웠다. 6시쯤 밥을 먹으러 온다는 길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인생은 순간의 합'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순간들이 모이고 매일이 모여 전체적인 내 인생을 채워가는 것이니까. 사십대 중반이 되니 하루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걸 더 절실히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저 흉할 정도로 너무 아등바등하며 옹졸하게 살지는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세상 만사 느긋하고 도도하여 아름다운 고양이들을 보면 더욱 강하게 떠오르는 생각이며 배우고 싶은 태도다. 열심히 살다가 한번씩은 폭을 넓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 잘될 것이긍정을 품고 좋은 때와 원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보자. 나의 시절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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