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며,
본인에게 맞는 기업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여기시고,
크게 낙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템플릿이 생겨난 후 진심이 사라졌다.
편하게 일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잠재고객을 등 돌리게 한다면 이게 맞는 걸까?
채용 포털 사이트를 켠다. 이력서를 수정하고 지원할 곳을 찾아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하기를 누른다. 어떤 곳은 하루 만에 결과가 나오고, 어떤 곳은 한 달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이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하루 만에 준 결과도 한 달 뒤에 준 결과도 채용 탈락 메일이 똑같다. 아... 템플릿이구나. 오늘도 내가 낸 서류는 피눈물을 흘린다.
나도 이력서를 받는 입장이지만, 나 역시도 이력서를 제출하는 입장에서 언제나 이력서를 낼 땐 심장이 쿵쾅 거린다. 서류만 붙으면 면접에서 더 많은 얘기를 해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이건 후보자의 이력서를 회사에 추천하고 나서도 같은 마음이다. 후보자가 서류에 합격해서 면접에 간다면, 아마 본인이 했던 업무에 대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하지만 언제나 세상은 내 편이 되지 않고, 1월 1일 추운 새벽 손을 후후 불어가며 해를 보고 소원을 빌어도 내 소원의 번호표는 3534366번째라 아직도 이루어지려면 멀은 거 같다.
내가 원하는 회사, 후보자가 원하는 회사는 나와, 후보자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을 설명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쿵쿵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간절하게 클릭 - 클릭 - 클릭해서 넣은 지원서가 이제 회사 인사팀 컴퓨터 휴지통으로 넘어갔겠지. 생각하니 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
근데 붉어진 눈시울에서 눈물을 툭 - 떨구는 것이 있다. 바로, 탈락한 회사들이 보낸 탈락 메일의 내용이 똑같다는 것. 과연 그들은 나의 이력서를 조금이라도 진중하게 정말 읽었을까? 눈물을 흘리던 슬픔은 점점 의심으로까지 번져간다.
분명 JD에는 'OO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분', '글쓰기 콘텐츠 작성에 자신 있는 분'이라고 적어 놓았는데 그럼 어디가 맞지 않아서 탈락인지 정도는 성의껏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건 나의 탈락뿐만 아니라 내가 추천한 후보자가 탈락할 때도 똑같다.
왜 이 후보자가 탈락인지, 어느 부분이 맞지 않아서 탈락인지 정도는 정리해서 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원하기에 앞서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나는, 그들은, 우리는 시간을 쓰는 거다. 어디 이상한 부분은 없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뜯어보며 본 걸 또 보고 또 보고 또 본 후에 긴장하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지원하기'를 누른다.
물론 채용 ATS 플랫폼은 인사담당자들의 업무를 줄여주기 위해 템플릿을 만들었겠지. 이해한다. 나 역시도 10명 추천했는데 9명에게 탈락 소식을 전하려면 그게 그렇게 힘든 업무는 아니지만,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긴 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나는 어떻게 서든 탈락한 이유를 설명드린다. 아주 사소한 거라도 꼭 적어서 드린다. 근데 왜 항상 세상은 내가 하는 것의 반의 반도 돌려받지 못하는 걸까. 탈락 메일 다 여섯 개를 왔다 갔다 켰다 껐다를 반복한다. 똑같은 내용 ctrl c + ctrl v 지긋지긋하다.
진심을 다해 보낸 러브레터에 저주받은 편지로 돌려받은 기분. 템플릿이 생겨나서, 업무는 편해졌을지라도 진심은 사라졌다. 러브레터를 거절당했는데 그곳이 어떻게 좋은 서비스를,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효율적으로 일해도, 사람의 진심을 짓밟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