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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리 Mar 02. 2022

커피머신을 다시 꺼내다.

슬기롭게 격리생활하려 노력중

지난 2022.02.19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가 우리 집에 닥친 지 10일째...

앞으로 4일을 더 집에서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남편은 자가 격리자, 나는 회사에서 출근하지 말라는 지침으로 아기 돌보다 부부 모두 확진. 재택치료를 하는 중이다.)


지난 7일은 애간장 타는 마음으로 보내야 했다.

10개월 아들이 먼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먼저 받고 고열에 3일간 밤잠 설쳐가며 아기를 체크하고 보니, 이제는 내 몸이... 내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엄마는 아플 시간도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몸소 체험하고 한숨 돌릴까 싶은데...

이제는 남편이 아프기 시작했다. 옆에서 연신 기침을 하는 모습이 짠하기도 했다 밉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는 없고, 엄마는 허둥지둥 출근하며 빠빠이 하는 모습만 보다

아프긴 한데 아침, 점심, 저녁 눈뜨고 나도 24시간 옆에 있는 엄마, 아빠가 마냥 좋아

고열이 나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 아들이다.

그런 아들을 보며 짠했다가도 tv만 보는 남편을 보며 화도 났다.


평일 새벽에 출퇴근 운전 한 시간씩 하며 일하는 남편이 주말에 소파에 누워 유일하게 쉬던 모습이 짠했었는데 코로나19로 자가격리기간 중 tv 보는 그 모습에 울컥 화가 났다.   


식탁 위에 약봉투가 널브러져 있고, 먹다 남은 물이 담겨 있는 컵은 2~3개는 기본 식탁 위에 점령해 있었다.

치워도 치워도 돌아서면 쌓이는 식탁 위 잡동사니들을 치우고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실라 치면

아장아장 걸어와 식탁에 자기도 올려달라며 조르는 아들.

마음 편히 커피 한잔 마시지도 못하고, 애꿎은 남편은 뭐 하고 있나 내 눈은 남편을 향하게 됐다.


"나도 아프다고"

나도 아프다고... 나도...

나도 아픈데 나는 왜 편히 누워보지도 못하고, 밥하고 밥 먹이고 씻기고 놀아줘야 하냐며

소리쳤다.


몇 번이고 쉬라고 사실 남편이 말하며 어깨 툭툭 쳐가며 그만하라고 쉬었다 해도 된다고 했었는데

나 스스로 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런다고 코로나에 안 걸리는 것도 아니었고, 자가격리 기간이 짧아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셋이서 같이 있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찾아왔는데...


나 혼자서만,

무엇을 그렇게 붙잡고 아등바등했는지... 내려 놓지 못했다.


1주일이 되던 날 설거지하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

펑펑 울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그래서 더 내 속에 있던 눈물을 쥐어짰다.

그리고 서랍장에 넣어져 있던 커피머신을 다시 꺼냈다.

커피 냄새와 함께 심호흡 한번 들여 마시며 여유라는 단어를 찾았다.


육아에 지쳐 당 떨어져 허겁지겁 마시는 커피믹스가 아닌,

따뜻한 커피가 차갑게 식어 컵 안쪽에 까만 테두리가 자리 잡은 커피가 아닌,

별다방 캡슐에서 찐하게 울며 내려오는 까만 눈물이

나를 회복시키는 힘이 되어줬다.

코로나19로 자가격리 및 재택치료 기간

내가 커피를 대하는 자세는 신성하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간,

내게 주어진 단 5분일지라도…



우리는 휴식이 쓸데없는 시간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휴식은 곧 회복인 것이다. 짧은 시간의 휴식일지라도 회복시키는 힘은 상상 이상으로 ㅡ큰 것이니 단 5분 동안이라도 휴식으로 피로를 풀어야 한다.

--- 데일 카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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