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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리 May 11. 2022

내 결함을 발견한 말

말말말

우연히 유튜브로 박재연 소장님의 강의를 들었다.  

내 가슴속 무의식을 건드린 대화 내용이 있다. 한 50대 남자의 사연, 주변에서 모두가 인정하고 성격 좋은 사람, 정직한 사람의 남자는 어렸을 적 사건을 얘기 해주며 자기는 ‘너 대단하다,  진정성있다.’ 그 말을 듣는 게 가장 듣기 힘든말, 불편하다는 사연 이야기.  


"어, 나돈데..." 혼자 툭 뱉었다.

나는 ' 너 대단하다, 정직하다 '이 말이 듣기 불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의식에 나는 솔직하지 못한 아이.  

" I’m not enough 나는 충분하지 않아'라는 무의식 속의 나의 신념.  

그 사연을 들으면서 순간 떠오른 나의 어린 시절 사건.


아마 2학년이나 3학년쯤 됐었던 것 같다. 용돈이란 게 따로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걸 말하면 언제든 주셨던 부모님. 넉넉하지도 않고 딱 필요한 만큼만 있던 돈. 용돈을 받았다며 자랑하는 애들이 부러웠다. 학교 끝나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뽑기도 하고 군것질도 하는 애들.


부모님한테 책값, 우유값, 육성회비, 저축하는 돈을 달라고 할 때 군것질 거리 할 것까지 계산하지 못하고 받았던 돈. 그래서 항상 부족한 느낌. 풍족한 욕구를 갖지 못했다.

잔돈으로 문방구에서 뽑기를 할까, 군것질을 할까 둘 중 언제나 선택을 해야 했다.  


부모님은 돈을 벌기 위해 새벽에는 배추작업을 하러 가셨고, 오후에는 농사일을 하며 쉴 틈 없이 일하셨다. 시골은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며 부지런함이 몸에 배셨다. 가축으로는 소와 개를 키웠고, 자식 셋을 소 팔아서 등록금을 내며 자식들 모두 대학을 보내셨다.


그날은 송아지를 팔았던 날이다. 소장수에게 팔고 받은 두툼한 돈봉투.  

소를 팔면 항상 먹었던 저녁 메뉴 삼겹살.

엄마, 언니, 오빠, 나, 아빠 , 할머니 신문지 깔려 있고 고기판이 올라간 저녁밥상을 가족 모두 빙 둘러앉았다.

그때 워낙 말씀이 별로 없던 아빠가 숟가락을 들지 않고 말씀을 하셨다.


“ 혼내지 않을 테니까, 솔직히 말해, ”

엄마는 고개를 돌리고 있고, 할머니는 무슨 얘기냐며 알아듣게 말하라며 똥그랗진 눈

언니, 오빠는 영문도 모른 채 밥상 앞에 앉았다 토끼눈이 돼있고, 나의 가슴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 오늘 아침에 소를 팔아 100만 원을 받았고, 아빠는 돈을 쓰지 않고 장롱 위에 올려놨는데 저녁이 돼보니 99만 원이 있어, 누가 아빠 돈을 가져간 거야?”

“말하기 힘들면 눈감아,”

“조용히 아빠만 알 테니까 가져간 사람 손 들어”

학교에서 가끔 책상 위에 올라가서 잃어버린 물건이 있다고 담임선생님이 책상 위에 올라가 눈감아 몇 번 해봤지만 그때는 언제나 당당했는데, 지금은 내 심장소리가 아빠한테 들킬까 봐 겁이 나고 무서웠다.

‘아이씨, 하필 100만 원이었어, 좀 참을 걸, 며칠 있다가 몰래 훔칠걸... 역시 꼬리가 길면 잡히는구나, 오늘 재수가 없네.’ 별별 생각을 다했던 것 같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고 아빠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아빠한테서 구슬로 만들어진 빨간색 리본이 달려있는 공주 목걸이를 유일하게 생일선물을 받았던 그런 막내딸이었다.


처음에는 엄마 바느질함에 굴러다니던 100원, 500원 동전이 시작이었다. 언제부턴가 엄마 가방에서 아빠 티셔츠 앞주머니에서 천 원, 오천 원 대범해지더니 결국 아빠 뭉치돈을 건드리고 말았다.  

끝까지 나는 손들지 않고 눈을 꼭 감고 쿵쾅쿵쾅 나대는 내 심장을 차갑게 식히느라 진땀을 뺐던 그날 저녁  밥상이 문득 떠올랐다.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돈을 훔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던 그날, 어쩜 그날 그 순간의 선택으로  

나는 나 스스로를 옥죄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외향적으로는 더 착한 아이, 더 정직한 아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딸, 다시는 아빠를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은 아이

그래서 늘 나는 뭔가를 해서 인정받고 싶었졌고 칭찬받고 싶어 더 더 착해진 아이

그 때부터 나는 명절때 친척들에게 받는 용돈을 모아  

어버이날, 생신선물들을 했드렸다.  

내가 갖고 싶은 것 , 먹고 싶은거 줄여가면서...


내 어렸던 과거를 떠올리게 했던 말

내 결함을 발견한 말

' 너 대단하다. 정직하다 '

' 나는 충분하지 않다 '



아직도 이 말에 울컥 그날이 떠오른다.

항상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날의 사건으로 나에게 신념이 생겼던 것 같다.

용기 없던 내 모습조차도 나였던 걸 인정하고,  그 일로 나에게 그런 신념이 생겼었구나 알아차리면 된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서도 솔직하게 말을 안 했을 것 같지만...

과거의 나로 현재의 나를 괴롭히지 않아도 된다.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모든 게 다 괜찮다.

그냥 내 삶에 용기를 더 가지면 된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뭔가 하지 않아도 

"나는 괜찮다."

"지금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나는 이미 충분하다."

"나는 이런 나를 신뢰한다."


나를 질책하거나 비판하지 말고, 나를 더 응원해주자.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박재연 소장님 강의를 보며...

어렸을 적 나를 만나며 나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박재연 소장님의 책 ' 나는 네 말이 힘들까' 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https://youtu.be/6UClP8NLD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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