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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화 Nov 18. 2024

미안해, 그래도 갈 거야~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복수

세 여자는 각자 개성이 달라서 이런 안 어울리는 조합도 함께 놀 수 있다는 것이 때때로 신기할 정도다.

세 명이 바느질을 좋아한다는 것만 빼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영미처럼 내외면이 강한 사람 그러니까 자기주장이 강하고 냉정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영미와 만나는 걸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면을 영미가 가지고 있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다.

순영이 언니는 나와 안 맞다기보다는 영미와 잘 안 맞는다. 

대화를 할 때 서로 "이해가 안된다."라고 하면서도 계속 말을 한다. 설득해 보려는 거지만 생각이 너무 달라 될 리가 만무하다. 

만나고 난 다음이면 차례로 연락이 온다. 영미는 영미대로 "야! 어제 언니 말 하는 거 이해가 되니?"하고 언니는 언니 대로 "영미는 왜 그런다니... 쌩고집 하고는..." 하면서.

이런 두 사람의 의견이나 결론이 맞아떨어질 때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중 하나가 내가 이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이혼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둘 다 쌍수를 들고 당장 해! 였다. 그랬는데도 내가 미적거리다 별거로 들어가자 순영언니는 나와 인연까지 끊으려 했다. 

아마 친언니였다면 "등신 같이...!" 라며 머리끄뗑이를 잡혔을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야! 내가 친언니였으면 당장 그 년 집에 쳐들어가서 그년 머리채를 쥐어뜯어 났을 거다. 얼마나 나쁜 년이면 남의 남편을 뺐고 멀쩡한 남의 가정을 깨겠냐. 아무나 못한다. 못 해..." 라며 분개했었다. 

불륜이라는 것이 어느 한쪽만의 잘못일까. 똑같으니까 그런 짓들을 하겠지...

응징을 한다면 남편에게만 하겠다. 이미 두 사람은 육체적 감정적 공동체이기 때문에 한 사람만 타격을 입어도 동시에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행각에 손가락질을 했기 때문에 응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당당하게 나다니지 못할 것이다. 떳떳하게 내 여자라고 내세우지 못할 것이다.(그럴지도 모르지만...)

평생 불륜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라~

이혼하기 전까지는 어떤 거창한 이유로 합리화하려 기를 써도 그들의 애정 행각은 불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세상적으로든 법적으로든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강화도에는 맛집이 많아서 더군다나 순영언니와 미영이가 강화 토박이기 때문에 숨겨진 현지인 맛집을 많이 알고 있다. 그 덕에 두 사람을 따라다니며 맛있는 음식도 먹고 구경도 잘하고 다녔다.

우리가 잘 가는 한식당이 있다. 강화 특산물인 순무김치와 심심한 반찬들이 나오는 곳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지 않는다. 나물이나 된장찌개 거기에 생선구이나 불고기 정도 추가되면 더 바랄 게 없다.

밥 먹고 카페 가서 차와 빵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 그래봐야 누가 어쨌데 저쨌데 하는 시시한 얘기들이지만 그런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 사이 소화도 되고 하루가 또 간다. 

시시한 줄 알면서도 정기적으로 얼굴을 봐야 마음이 편한 사이... 뜻있고 의미가 없어도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 그런 게 친구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강화도에서의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사람이 없었다면 정말 시시했을 것이다. 강화도 하면 그 두 사람 얼굴만 떠오르니까...)

"나 이사해야 돼" 적당한 틈을 타서 내가 말을 꺼냈다.

두 사람은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 뭔 말이야? 하는 표정이다.

"왜? 언제?" 영미가 물었다.

"아마 한 두 달쯤 뒤"

"어디로?" 반신반의하며 순영언니가 물었다.

"강원도에 집을 샀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사람의 동공이 동시에 커지며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그 눈으로 잘못 들었나? 아니 농담이지? 하고 말하는 거 같았다.

나는 강원도 정선에 집과 땅을 샀다고... 이제 한 두 달쯤 뒤에 거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이 한꺼번에 밀려와 서러웠나 보다. 아니면 그 두 사람에게 너무 미안했던지...

내가 먼저 울어 버리는 바람에 두 사람은 화를 낼 기회를 뺏겨버렸다.

차마 화를 못 냈다.

그렇지만 그것은 잠시...

"미쳤나 봐... 정선에 누가 있어? 아는 사람이 있어? 친척이 살아?" 미영이가 흥분을 하며 멈추지 않고 물었다.

"아니 아무도 없어." 

"진짜 미쳤다. 너... 정선이 얼마나 먼데... 아는 사람도 없이 거기서 혼자 산다고?" 미영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미영이가 흥분하는 바람에 순영언니가 끼어 틈이 없었지만 언니돌았구나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날 두 사람을 이해시키는데 실패했다. 영미는 당장 다시 팔으라는 황당한 요구도 했다.

며칠 동안 두 사람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단단히 삐쳤다. 아니면 현실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거나...

아마 나를 이해해 보겠다고 시간을 삭이고 있는 것이겠지... 그들에게 받으려던 이해를 내가 그들에게 해주고 있었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미안해, 그래도 갈 거야...

가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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