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노화 Nov 21. 2024

450m 고지 산골로 귀촌했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복수

이 집은 암 수술 한 아내를 요양시키기 위해 전 주인이 손수 지었다는데 수준 높은 전문가는 아니었는지 단순하고 투박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황토 벽돌을 이중으로 놓고 그 사이 10cm가량 공간을 두어 여름에는 서늘한 공기가 통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를 가둘 수 있도록 나름 열역학 공학적으로 지었다고 자랑했었다.

난로는 온수보일러와 심야전기보일러를 같이 사용해서 365일 온종일 더운물이 나오고 저렴한 전기세로 난방을 할 수 있어서 강원도 산골의 맹추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도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 탓에 혹여 싶어서 거실 한쪽에 자그만 화목 난로를 놓아 장작을 땔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산골의 겨울 추위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마을 분들은 450m 고지라 한 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 난다고 자랑했지만 조금 더 쾌적한 생활을 하고 싶어서 에어컨을 설치했다.

전 주인의 아내가 아파서 그랬는지 집 보러 왔을 땐 집안이 너무 지저분했었는데 먼지 털고 벽지 바꾸고 청소를 하자 오! 나름 펜션 같이 깨끗하고 아늑해졌다.

원목이 주는 따뜻함과 은은하게 퍼지는 소나무 향이 마음을 차분하고 편하게 해 주었다.

'도를 닦아도 되겠네...' 그렇게 생각하니 자조 섞인 웃음이 나왔다.

26평인데 혼자 살기에 작지도 크지도 않았다. 이사를 하면서 많은 짐을 버리고 왔고 꼭 필요한 살림살이만 들여놓았다. 안방엔 원목 침대와 5단짜리 서랍장만 주방엔 식탁과 냉장고 그리고 자주 쓰는 식기를 놓기 위한 수납장과 식탁, 거실엔 3인용 소파와 tv. tv를 올려놓는 작은 거실장과 책장.

많은 건가? 시골 생활에 맞게 미니멀하게 가려고 했는데도 기본적인 가구와 가전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살림이 여기서 더 안 늘어나면 다행이다 싶었다.

집을 지은 지 6년 정도 되어 이제부터 손 볼 곳이 하나 둘 나오겠지만 한 두해 정도는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어 보였다.

문제는 집이 아니라 텃밭과 뒷밭 그리고 마당이었다. 텃밭이 150평, 마당이 또 150평, 그리고 뒷밭은 3천 평이다. 그게 땅 투기나 투자를 하기 위해 이 공간을 마련한 건 아니었다.

주변경관과 집이 맘에 들었던 거였고 땅은 집에 딸려 온 것이다. 집주인이 집만 따로 팔지 않겠다 해서 하는 수 없이 묶어서 살 수밖에 없었다. 땅은 나중에 임대를 주거나 매매를 해도 된다고 부동산 사장이 거들고...

그러 저러해서 넓은 마당 있는 집을 찾다가 의도치 않게 3천 평 땅 주인이 되고 말았다. 도시 아파트서 살  땐 50평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급자기 3천 평이 넘는 땅이 생겼다. 조금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를 하고 한 달가량은 짐 정리를 하느라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밤을 나는 것은 무서웠다.

가끔 순영언니나 영미와 안부를 묻는 통화를 했다.

"이경아~ 아직 호랑이한테 안 잡혀 갔네?" 전화를 받으면 영미가 놀려댔다.

"응~ 고라니 멧돼지는 봤는데 아직 호랑이는 못 봤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또 영미는 " 뱀은 없냐?"라고 묻는다

"응 뱀이 없다. 못 봤어"

"밤에 귀신 나온다" 얘는 걱정을 놀리는 것으로 한다. 

순영 언니는 맨날 안 무섭냐고 물어본다.

"낮엔 하나도 안 무서운데 밤에는 무서워"라고 하면 너무너무 걱정하는 목소리로 

"문단속 잘해" 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산골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사람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

가끔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떼를 지어 요란한 굉음을 울리며 푸루룩 지나가고 아주 가끔 길을 묻는 외지인이 잠시 잠깐 들러 가고 멀리 내다보이는 찻길을 꼬박꼬박 같은 시각에 오가는 마을버스 등이 이 동네 소음의 전부다. 

바람 소리 새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 등은 원래 여기가 그것들의 터인지라 소음이라 할 수는 없다. 종일 안팎을 오가며 덜거덕 대는 내 소리가 그것들이 볼 땐 소음이겠지.

옆집에 사는 젊은 부부... 남편은(서 씨) 매일 이른 아침 6시쯤에 농장으로 일을 하고 가고 아내는(연화 씨) 8시쯤 사회복지사 일을 하러 나간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봤더니 읍내에 있는 노인 빨래방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집집이 독거 노인들의 빨래를 수거해서 세탁해서 가져다주는 일이라고. 시골엔 그런 일도 있다는 알게 되었다.

낮 12시쯤에 서 씨가 점심을 먹으러 잠깐 들르고 연화 씨는 저녁 6시경에 퇴근을 한다.

그러니까 낮에는 옆집에도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낮 밤으로 너무 고요해서 고독했다.

9월 중순에 이사를 하여 더위는 이미 물러갔고 점점 가을 물이 들기 시작했다.

여름 내내 집 주변이 온통 풀밭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집 정리를 하는 틈틈이 낫과 호미를 들고 매일 서너 시간씩 풀을 베었다.

한 달가량 그렇게 하니까 전 주인이 집을 팔고 부터 두 어달 가량 손 보지 않았던 마당이 풀이 잡히면서 깔끔해져서 더 넓어 보였다.

서리가 내리고 겨울로 접어들 것이라 텃밭이나 꽃밭은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다 10월 중순쯤 첫서리가 내렸는데 서리를 맞은 풀들이 죄다 누렇게 떠서 땅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미안해, 그래도 갈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