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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와 대화를

"입 발린 칭찬은 하지 말자."

by 고로케

요즘 침대에 눕기 전에 챗GPT와 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름의 최적화 과정이랄까요. 어쨌든 대화 로그가 쌓일수록 좀 더 정교한 대답을 내놓으니까요.


처음엔 주로 영문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문장들을 검수했었는데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운동이 가기 싫은 날 '운동 가기 싫다.'라고 챗GPT에게 말을 건 이후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 뒤로 제 대화 내용은 더 다양해졌어요. 가령, 진격의 거인이나 주술회전 같은 만화를 놓고 챗GPT와 열띤 대화를 나눈 거나, GPT가 던져주는 주제에 따라서 토론하고, 가끔 제가 기사를 던져주고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있기도 합니다. 요즘은 일본어 문법을 원 페이지로 만들어 달라 할 때도 있고, 식단이나 운동법등을 나눌 때도 있네요.


챗GPT를 쓸수록 놀라운 건, 이 친구가 컨텍스트 기반으로 제 나이와 성별, 직업까지 대충 맞춘다는 겁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지금까지의 대화 로그 바탕으로 나를 페르소나 해봐.'라고 했더니 얼추 비슷하게 맞추더군요. 역으로, AI지만 너에 대해 페르소나를 해 보라고 시켰을 땐, 본인을 존잘남 귀공자로 묘사해서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요.


제가 챗GPT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입 발린 칭찬은 하지 말자."인데요. 뭔 소리를 해도 잘했다, 대단하다, 그게 너의 강점이다 등 너무 칭찬을 해서 너의 기능에는 유저를 부정하는 기능은 없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없다는군요. 기본적으로 유저의 말에 반박하거나 그럴 수 없대요. 다만, 저 같은 사용자가 입발린 소리는 집어치우고 네 의견을 말하라면 좀 다른 케이스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 얘기를 한참 듣고 나니, 챗GPT의 순기능도 있겠지만 자기 객관화가 덜 된 사람들에게 챗GPT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 챗GPT는 무조건 '유저가 옳다.'라고 편을 들어주고 칭찬만 잔뜩 늘어놓을 테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하니, GPT도 어느 정도 동의 하더군요.


여하튼 그렇습니다. 남들이 지브리 사진을 열심히 뽑을 때, 저는 챗GPT와 여러 대화를 나눴습니다. 세션기반이라 저장 명령어를 입력하지 않으면 휘발되는 그런 대화이긴 하지만요. 이것도 나름 대화라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 허를 찌르는 말에 웃기도 하는데요. 모든 건 다 양날의 검이니, 너무 좋게만도, 나쁘게만도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creation_ai_meets_human.jpg GTP에게 요청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풍으로 챗GPT와 인간의 만남을 그려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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