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스리며 살자.'라는 생각이
저는 편두통이 있습니다. 이전에 첫 브런치 연재글로 편두통에 관한 글도 썼었는데요. 여하튼 제 편두통은 오래되었습니다. 제 기억으로 14살 정도부터 아팠던 기억이 나니까요. 20년도 넘었네요.
21년 코로나 때였을 거예요. 그때가 어찌 보면 제 두통 집중 치료기간이었습니다. 양방으로는 TV에도 나오는 유명한 대학병원 교수 진료를 받았고, 한편으로는 한방으로 교정과 침, 한약 치료를 받았습니다. 대학병원은 전설의 약, 미가펜이 단종되면서 편두통 전문약을 찾으러 갔던 거였고, 한방은 뒤틀린 몸을 치료하다가 어찌어찌 편두통까지 치료받게 된 거였어요.
그런데 치료를 너무 정성 들여 받으니, 제 모든 행동에 제약이 걸리고, 작은 통증에도 매우 민감해지고 우울해지더라고요. 진짜 그랬습니다. 평소의 저는 '머리가 아파-> 우쒸, 미친 편두통. 죽어라 죽어~!' 이 정도의 생각인데, 많은 돈과 시간을 쓰며 편두통 치료에 몰입하다 보니, '머리가 아파-> 엉엉엉엉.(실제로 울음)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엉엉엉엉.' 이렇게 다소 비정상적으로 변하더라고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치료의 효과는 좋았으나, 지금은 다시 전보다 약간 나아졌지만 비슷한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전이었어요. 옆자리 편두통 동료에게 두선생 정복은 포기해야겠다 말했는데요.(저희는 편두통을 두선생이라 부릅니다.) 그 친구가 이러더군요.
"매니저님, 두선생은 정복 대상이 아니에요. 위드 두선생이라고요. 같이 살되, 잘 달래서 화나지 않게 살아야 하는 그런 거예요."
아, 맞는 말입니다. 저 역시 늘 '위드 두선생'을 모토로 살았는데, 갑자기 왜 정복대상이 된 것일까요. 내 능력 밖의 것을 정복대상으로 삼다 보니, 집중치료기간에 저렇게 좌절했던 것 아니었을까요. 공생하는 관계로 생각해야 내 마음이 편해지는데. '정복하겠어! 제패하겠어!'라는 마음보다 '잘 다스리며 살자.'라는 생각이 인간관계나 건강이나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