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장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복 Jul 15. 2023

습관 같은 감성

안리타, 사라지는, 살아지는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마음이 있다. 이불 안에서 서로가

체온을 다하듯, 땅 속 갚이 웅크리고 있는 씨앗들, 찔끔

자란 수풀도, 늙은 고목 뿌리들도 흙 아래서 손과 손을 

견고히 맞잡고 겨울을 이겨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의지를 다하는 빈 뜰에도 이제 볕이 내린다.

어떤 날엔 참으로 인간이라 외로웠다. 


안리타, <사라지는, 살아지는> 中




*어떤 날엔 참으로 인간이라 외로웠다* 라는 문구가 눈길을 멈추게 했다. 

안리타 작가의 글은 어딘지 빼곡하게 우울하던 나의 스무살을 닮았다. 그 땐 토해내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글을 썼다. 쓰고 또 지우면서도 매일 쓸 말이 넘치도록 많았다. 감당할 수 없었다.그래서 나는 언제나 노트를 쥐고 살았고, 그 날들의 기록들은 지금 돌이켜 보아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모든 문장이 시구 같다. 무심코 펼쳐 든 책에서 익숙한 언젠가의 내 감성을 느낀다는 것은 습관 같은 향수를 겪는 것과 같다. 


독립서점에 들를 때마다, 눈에 보이면 안리타 작가의 책을 샀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모두 다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전부 다 이해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이해를 넘어선 공감이 있었고, 공감을 뛰어넘는 감수성이 그의 글엔 존재했다. 마치 물에 젖은 손수건 같다. 언제고 스윽 건져내서 손에 힘을 주어 짜내면 온 힘을 다해 머금은 물기를 후두둑 떨어트리고 다시 팟팟하게 메마를 준비를 할 손수건 처럼, 안리타 작가의 글은 그런 묘미가 있다. 


사두었던 대부분의 책을 완독하지 못하고, 매번 손에 잡은 채 절반 이상을 읽고 그대로 사장되어 버리는, 아니 어쩌면 책장에 잠식되어 버린 안 작가의 책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작이 나오면 매번 사 놓은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의 동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