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게 된 후로 ‘진정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의 유년시절을 기억해 보면, 사소하게 지나간 누군가의 한 마디가 내 삶의 한 축을 세웠고, 귀담아듣지 않았던 단어 하나가 무의식의 저변을 유영하며 큰 턱을 만들기도 했다. 생글생글한 아이들의 무구한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면, 어쩔 수 없이 ‘진정성’ 이란 단어를 더듬게 된다.
처음 아이들을 대면했던 때를 떠올려 본다. 무작정 레퍼런스를 미친 듯이 찾아보고 커리큘럼을 거의 매주 수정하면서 매시간마다 성적표를 받는 심정으로 수업을 치렀다. 그땐 정말 내 방식이 맞는지 확신도 신념도 없었다. 해내야만 했기에 그냥 했다. 아이들을 맡긴 엄마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기 위해서 진땀을 흘렸다.
시간이 누적될수록 경험은 축적된다. 의욕만 앞선 선생님 덕분에 곤욕을 치르던 아이들은 매 수업마다 최선을 다해 주었고, 아이들의 최선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무수한 밤을 하얗게 저축했다. 여전히 저축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아이들의 의지와 엄마들이 보내주는 신뢰로 나도 자랐다.
잠깐 지나가는 줄 알았던 시간은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덕분에 알게 된 세상이 있고, 그래서 얻게 된 기쁨이 있다. 오늘도 3명의 아이를 만났다. 책을 펼치고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보면, 그 안엔 삶이 있고 아름다움이 넘친다. 어른들의 노회 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길을 어지럽히지 않으려면 그 아이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마음을 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겠다.
벼락치기를 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대비했는데, 언제 부턴가 ‘준비’하는 멘토가 되고자 노력한다. 내 시간을 거쳐 지나간 아이들이 나와의 시간을 햇살이 머물던 유년의 조각으로 기억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내일도 전심을 다해 아이들을 만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