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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일럿대디 Dec 11. 2018

이번 설엔, 우리엄마 보러가자

친정과 시댁을 동등하게

“그럼, 2주 뒤에 뵙겠습니다.”


신구 선생님의 이 말이 기억나신다면, 저와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과거 본방사수라는 말이 없던 시절부터 어머니께서 만사 제처 두고 TV 앞에 앉아서 시청하신, 1999년 10월부터 시작해 2009년까지 10퍼센트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에요. 어린 제가 보기에 꽤나 자극적이고, 무서웠으며 결혼생활의 환상을 깨뜨린(?) 방송이었죠. 어머니께선 다른 드라마는 못 봐도, 이 방송만큼은 본방 사수하셨기에 저도 따라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재미없었느냐?”라고 물어본다면 머뭇거리지 않고 “아니다”라고 대답할 겁니다. 흥미로웠어요. 극적 요소가 충분히 가미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머니만큼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어머니께서 여 주인공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함께 꾸짖으실 때는, 왜 그렇게까지 감정을 이입하며 열심이신지 의아해할 정도였죠. 크게 부부간 문제가 없으니 저건 남의 일이나 다름없는데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건 늘 제 몫이었습니다. 특히 친정 문제를 다룬 날은 마치 자신의 일인 양 크게 노하셨어요. 다 보신 뒤, 불쌍한 우리 엄마라고 하시며 한동안 곱씹으면서.

그러나 이제와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이 공감은 지금 우리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친정에 마음이 가는 아내, 이를 두고 언성을 높이는 남편은 지금도 유효한 부부 싸움거리죠.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까요. 왜 매년 명절만 되면 ‘며느리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도마에 오르내리며 되풀이될까. 저는 이 문제의 원인을 ‘상대적 박탈감’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자, 여러분이 A라는 사람과 똑같은 일을 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같은 노동의 강도를 동일한 시간 내에 업무를 처리했어요. 그런데 나보다 A가 급여를 더 받았다면, 우리는 차별이라며 분노하겠죠. 그렇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노동의 강도가 동일한 두 사람은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게 맞아요. 그런데 부부생활에서 친정과 시댁의 관계는 조금 이상해 보입니다. 한쪽으로 많이 기운 느낌이죠.

굳이 신문기사나 뉴스를 볼 것도 없습니다. 우리 집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어요. 명절이 되면 시댁일이 우선입니다. 친정 한번 가려고 하면 눈치가 보여요. 용기 내어 말해보지만 “다음에 가자”는 대답뿐입니다. 이런 대화가 계속되면 자연스럽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죠. 딸 가진 우리 엄마 아빠가 불쌍해 보입니다.


여러분, 계속해서 말하지만, 육아도 직장생활과 동일하게 대우받아야 합니다. 동일한 노동을 하였다면 그만한 대우도 받아야 하죠. 그런데 왜 친정 일에 눈치 봐야 하고 시댁일은 당연한 걸까요. 친정 부모님을 시부모님보다 더 챙기고자 하였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지만, 더 챙기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비슷하게만 이라도 생각해주면 우리가 이토록 서운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우리도 대우받고 권리를 주장할 만큼의 노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저는, 친정과 시댁을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럴만한 권리가 우리에게는 있으니까요. 설에 시댁에 갔다면, 추석엔 친정에 가야 합니다. 우리 부모님도 손주가 보고 싶고, 오랜만에 딸과 이야기하고 싶을 테니까요.

또한 명절에 드리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사드려야 합니다. 물론 시댁도 같은 수준으로 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겠지요. 혹시, 이 대목에서 “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친정 갖다 주기 바쁘냐”라는 1900년대 이야기를 하실 분이 있을지 몰라 한마디 덧붙이겠습니다.

앞에서 사랑과 전쟁 이야기가 나와 말인데, 이혼 시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으면 재산을 분할합니다. 황혼이혼 정도가 되면, 절반에 근접한 분할이 이루어지죠. 만약, 가사노동이 그만한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면 재산분할이 있어선 안 됩니다. 돈 벌어온 사람이 다 가져가는 게 맞을 거예요. 하나,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가정의 수입인 월급은 부부 두 사람이 같이 번거란 뜻이죠. 나도 절반의 몫을 했습니다. 그러니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해지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더 많이 해주는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동등한 위치에 놓고 생각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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