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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Jul 15. 2021

가능성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있다

메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자신의 삶에 후회밖에 안 남은 주인공 노라는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묘 마저 교통사고로 자신의 곁을 떠났다. 청소년기에는 훌륭한 수영선수가 될 기질이 있었지만 수영을 그만두면서 아버지를 실망시킨 일, 밴드 활동으로 뛰어난 작곡 능력을 보여줬지만 그만두면서 오빠를 실망시킨 일, 댄과 결혼하려고 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돌연 파혼한 일...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셨고, 오빠와는 몇 년 동안 연락을 안 하고 있다. 댄은 노라를 그리워하며 술에 절어 지내고 있다. 모두를 실망시킨 노라는 직장과 반려묘 마저 잃자 극도의 우울감에 빠졌다. 그날 자정 노라는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항우울제를 치사량까지 먹고 잠자리에 든 노라는 눈을 떠보니 어느 도서관에 있다. 그곳에 있는 건 엘름 부인이었다. 엘름 부인은 학창 시절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실 때 노라를 위로해주면서 친절을 베풀던 분이었다. 학생 때는 같이 체스를 많이 두었지만 몇십 년이 지난 서른다섯에 다시 뵐 줄은 몰랐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당황한 노라를 뒤로한 채 엘름 부인은 이 도서관 수많은 책들이 노라가 살았을 수도 있는 인생이라고 말해준다. 그중에 하나의 책을 선택하면 그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렇게 노라는 여러 인생을 살게 된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계속 수영을 해서 성공한 인생, 오빠와 하던 밴드 활동을 계속해서 수많은 팬을 둔 인생, 댄과 결혼하여 댄의 꿈이었던 펍을 차리는 인생... 여러 인생을 살아보는 주인공,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미드나잇 인 파리>, <어바웃 타임>이 떠오른다. 시간 여행이란 소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책을 읽으면서 재밌어서 주변 사람에게 줄거리를 소개하고 추천하면서 많이 들은 말은 '결말이 뻔할 것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책 결말은 예상했던 범위 안에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독자의 삶에 대입이 되고 인생의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삶, 동경하던 삶, 후회했던 선택을 번복하는 삶, 정말로 원하는 삶을 살아보는 노라는 여전히 후회한다.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살고 있지 않으며, 정말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더라도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

 어떠한 삶을 살던 후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노라를 보며 후회와 희망이란 단어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후회는 과거에서 가능성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에서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 어떠한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는 인생의 가능성을 과거에서 찾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면 삶의 가능성을 미래에서 찾는다면 이는 희망이 될 것이다.

 어찌 보면 뻔한 교훈이 소설 속 주인공에 이입되어서 그런지 더 크게 다가왔다. 어쩌면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한 편의 소설이 평범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일상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분위기 전환하기에 알맞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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