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채널A 서포터즈 11기 굿피플 1화 리뷰
*이 글은 4월 13일 첫 방송한 채널A <굿피플>을 보고 작성한 글입니다.
기본정보
프로그램명 : <굿피플> / 장르 : 리얼리티 예능
편성 : 토요일 오후 11시 / 방영 기간 2019. 4.13 ~
동시간대 : MBC <전지적 참견 시점> 8.3% KBS2 <대화의희열2> 2.7%, MBN <속풀이쇼-동치미> 3.5% TV조선 <미스트롯 재방송> 등
두줄평
<하트시그널> 제작진은 역시.. 라는 감탄사만 나오게 한다. 하트시그널 시즌 1, 2를 모두 시청한 사람으로서
약간의 기시감이 있었지만... 퀄리티만 좋다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총평
타인의 슬픔을 함부로 소비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방송 제작자들이 항상 가슴에 새겨야할 말이다. 위 프로그램을 보면서 불편했던 것은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인 청년 취업 문제를 단편적으로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취업을 앞둔 청년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전혀 공감을 할 수 없었다. 목적없이 소재로만 쓰이는 것에는 질려버렸다. 방송의 궁극적인 목적은 참여한 출연자 및 시청자들이 안고 있는 슬픔을 어루만지고, 더 나아가 사회 인식의 변화가 이뤄져야 마땅한 것 아닌가? 예능이라서 재미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그러면 내가 예전에 <무한도전>을 보면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은? 무한도전은 예능이 아닌가?
신입사원과 채용은 2019년 현재 예능을 관통하고 있는 트렌드 중 하나다. 다수 방송사가 앞다투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물론 본인들이 잘하는 방식으로. JTBC는 연예인이 등장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MNET은 그네들이 제일 자신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것이 바로 JTBC<해볼라고>와 MNET의 <슈퍼인턴>이다. 두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제작 전에 듣고 큰 한숨부터 쉬었다. 청년들의 힘든 취업현실을 방송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방송된다고 해서 우리네 취업 현실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라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다.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슈퍼인턴>은 지원자들이 JYP 걸그룹의 컨셉을 제안하는 클립 하나를 봤고, <해볼라고>는 연예인들이 조폐공사에 입사한 회차를 봤다. 나는 보면서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슈퍼인턴은 면접의 탈을 쓴 오디션을 보면서 "면접은 냉혹한 현실이야!, 노오력해야지 노오력!" 라며 나를 꾸짖는 듯하는 느낌이었고, <해볼라고>는 "요즘 청년들 취업하느라 힘들죠? 연예인인 우리가 직접 체험하고 공감할게요~"라고 하는데 연예인이 공기업에 들어가서 디자인 업무를 하는게 전반적으로 어설퍼서 오히려 군필자들이 <진짜사나이 1편>을 보며 욕했던 기분이 공감됐다.
어떤 기자가 말하기를 "취업이 힘들다는 말"은 1997년 IMF이후부터 한국의 유행어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취업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전적으로 청년들의 탓이 아니다. 전 정부 시절에 청년들이 교육을 잘못된 교육을 받았기 때문도 아니다. IMF시절,국가가 소유한 기업의 지분을 외국에 팔아넘기면서 자정작용을 잃은 대기업의 경영 구조와 경쟁력을 갖춘 우수 중소기업이 파산했던 것이 본질 아닌가? 대기업에 쥐어짜기로 쪼들리는 1차, 2차,3차 벤더 중소기업만 그나마 살아서 움직이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 사이에 청년은 꿈과 희망을 모두 포기하고 취업에만 목매는 무기력함의 상징으로 브랜딩되었다. 어른들의 과오는 잊은 채, 정장을 입고 면접에 나서는 청년이 취업에 목이 죄어 진보적인 사회를 만들기를 포기했다는 것이 촛불민심을 통해 정권을 잡은 어른들의 중론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청년 계층이 한 통으로 묶여 오해와 편견으로 브랜딩되어 무조건 억울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방송을 만들 때, 한번만 더 생각해서 소비해달라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굿피플>은 제작진의 청년에 대한 통찰력이 빛난 예능이었다.
굿피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단순한 취준생이 아니다. 연출은 그들을 단순히 무기력한 취준생으로 퉁쳐버리지 않는다. 그들은 등장과 동시에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뿜어낸다. "취업"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 각자의 방법으로 목표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굿피플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트시그널 제작진의 특기인 <일반인으로 캐릭터 형성하기>가 빛을 발했다.
연출이라는 단어는 보통 "조작"이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굿피플에서의 연출은 "조작"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연예인 혹은 예능인들은 철저한 자기객관화가 되어있기 때문에 어디서 어디까지가 본인의 역할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굿피플은 일반인이 등장하는 예능이다. 일반인의 특성 상 자기객관화가 제대로 되어있을리 없고, 예능인으로서 웃겨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은 더더욱 없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캐릭터 방향을 잡아주는 연출이 필요해지는 셈이다.
일반인의 솔직한 모습을 담은 것이 아니라 제작진에 입맛에 맛도록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악마의 편집"의 경우에는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굿피플은 다르다. 제작진은 그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성향을 충분히 파악했고, 잠재 능력을 끌어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굿피플이 취준 판타지에 가깝다는 점이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통과할 예비 변호사들을 고졸, 대졸자와 같은 취업 준비 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그들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저런 사람들도 취업이 이렇게나 어려워서 허덕거리다니" 라고 생각하고 말 뿐이다.
두 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구성 부분인데 관찰 카메라와 스튜디오 사이의 연결성이다. 스튜디오에서 예능인 MC들이 일반인에 가까운 패널들의 언변을 끌어내기 위해 무리수를 던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찰카메라 내부 인물의 행동 패턴에 대한 깊은 통찰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아쉬웠다. 앞으로 예측이 진행되면서 관찰 카메라에 집중하는 모습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본다. 아직은 패널을 소개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에 실망하기는 이르다.
마지막으로 굿피플이라는 제목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가. 좋다는 것은 상태에 속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은 없다. 본성을 숨기고 누구에게나 굿피플로 살아야 하는 신입사원 도전자들을 비유한 말일까. 예고편에서도 살짝 등장했지만, 앞으로 출연자들이 겪을 고난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콧등이 시큰해진다. 굿피플에 등장하는 청년들 중 누가 취업에 성공하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