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안에 대하여 19/06/03
아래의 글은 기획안에 대한 정답은 아닙니다. 기획안을 준비하는 스스로에게 제시하는 마인드 셋업입니다.
혹시 기획안을 처음 만들려는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방향성과 목표 제시 정도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기획안은 짧고 명확해야 한다는 철칙이 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주 잊게 됩니다.
첫째, 기획안은 너와 나의 약속이다.
기획안은 상부를 포함한 모든 스탭이 행동 기준으로 활용하는 문서입니다. 그러므로 기획안에 작성한 내용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당연히 전제돼 있는 것은 없습니다. 명확히 글로 나타내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기획안 PT를 할 때 장르와 기획의도가 일관성이 없다는 꼬투리를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둘째, 보기 좋은 기획안
다수의 PD들로 부터 들었던 공통적인 말은 "그림이 그려지는 기획안"이었습니다. 그림이 그려진다는 말은 KEYWORD 중심, 단문 중심으로 작성하라는 뜻입니다. 5줄 이상으로 늘어지는 기획의도는 아예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변명이 늘어질 수록 길고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셋째, 시험용으로 작성해야 하는 기획안
면접관이 만들고 싶은 기획을 제시하는 게 수험자의 의무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결과를 모르는 의문으로 시작하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기획 의도에서부터 재미가 없으면 결과물도 재미없는 게 당연합니다. 인간 내면을 탐구하다보면 수위가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수위가 높아도 좋지만, 방송 가능한 범위에서 작성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
넷째, 흥미로운 기획안과 제작의 역설
밑천이 드러나서는 안 되고, 시시해져서는 안됩니다. 요즘 인터넷 댓글들이 방송을 스포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청자는 보수적이며, 도덕적 기준도 높고, 재미에 대해 깐깐합니다. 방송사 PD들이 괜히 리얼을 찾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기획안의 첫 시작은 내가 몰입한 분야에 대해 만들지 않으면 안됩니다. 기획안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리얼과 진정성이 떨어져 보이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PD지망생들이 이런 관점을 토대로 신경써서 본인의 기획안을 만들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방송국에서는 내가 몰입한 분야에 대한 제작할 일은 거의 없고, 있다고 할지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합니다.
다섯 째, 기획안의 작성 주기
지망생은 일주일에 1안 정도, 현직자는 한달에 1안 정도 작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업에서는 프로그램 폐지 수순 밟거나 상부에서 지시 떨어지면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적금들듯이 하나하나 쌓아두면 만기를 볼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섯 째, 기획안의 구성
기획안은 대부분 회사의 대외비이기도 하고, PD들도 개인 자산이라 생각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제목, 기획의도, 장르, 형식, 제작방향, 타깃 시청자, 제작 시기, 컨셉, 추가 프로젝트로 이뤄지는 데
타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확실한 우위가 있거나, 차별점이 있을 때만 사용하십시오.
제목과 기획의도는 기획안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 내용을 명확하게 함축하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중 기획의도는 프로그램이 어떤 것을 할 것인지,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은 어떤 기대효과를 누릴 수 있는지, 어떻게 프로젝트를 확장할 것인지를 순서대로 작성해주면 좋습니다.
형식과 제작 방향은 몇 분으로 이뤄진 몇 부작인지, STUDIO인지 ENG인지를 작성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합니다. 모두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최대한 오차가 생기지 않게 보수적으로 작성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타깃 시청자, 제작 시기는 광고주의 니즈와 현실을 반영하는 게 좋겠습니다. 광고주님은 20-49, 20-39 시청률에 관심 있다고 합니다. 채널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종편이나 케이블을 노린다면 가구 시청률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TV화제성과 20-49 타겟에 집중해야 겠습니다.
컨셉, 추가 프로젝트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컨셉은 프로그램의 포맷과 직결됩니다. 컨셉을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다른 프로그램과 본질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연애물이라도 어떤 컨셉을 잡고 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되기 마련입니다. 예를 간단히 들면, 하트 시그널은 행동 예측이라는 컨셉을 강화했고, 퀴즈 쇼 1:100은 대결 구도라는 컨셉을 강화했습니다.
추가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 PPL 등의 자금 마련 계획이나, 지상파 혹은 종편이라면 웹 콘텐츠 크로스 전략 구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 일반인 참가자에 대한 개인정보 처리 계획이나 안전 대책을 간단히 작성하면
좋겠습니다.
역시 좋은 프로그램 기획안을 만들기 위해서의 출발점은 Copy인 듯 합니다. 잘 된 프로그램을 보고 컨셉을 강화시키거나 충돌시켜서 내 기획안으로 만드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그러려면 많은 레퍼런스가 필요할 것입니다. 많이 보고, 아쉬운 점을 보완하고, 무엇은 안된다는 편견을 버리고 나의 무기로 만드는 것이 최고입니다. (미스트롯을 보고 오디션은 이제 안된다는 편견을 버리신 분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