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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ahn May 19. 2019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민주주의에 기여하는가

2019 05 한겨레 논술

1.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 (1,828,365, 진행중) 

2.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 입니다(1.192,049명 만료) 

3. 고 장자연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738,566명 만료) 


위 내용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국민 청원 및 제안) 추천 순 상위 1~3위에 오른 청원(2019년 5월 18일 현재)으로 괄호 안은 참여 인원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가. 자신의 입장을 정하여 논하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청와대와 정부에 필요한 것을 요청하는 게시판이기에 기능에 맞는 청원이 올라와야 한다. 청와대는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 답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과는 달리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청원과 고 장자연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 청원은 청와대 국민 청원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전자의 경우, 김성수법으로 발의되어 형법을 개정하는 결과를 낳았다. 심신미약 피의자의 형을 감경한다에서 감경할 수 있다로 변경된 것이다. 그 덕분에 강력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분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후자는 검찰 과거사조사위원회의 수사 기간을 2개월 간 연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사건을 명백하게 밝히고 잘못한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는 정서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은 결이 다르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결의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청원이 등장했다. 실로 국회 선진화법 이후 오랜만에 등장하는 과격한 장면임에는 틀림없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 감정이 나빠진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자유한국당의 정당해산 청원으로 이어진 것은 과하다. 자유한국당이 정당해산을 당할 정도로 반국가적 행위를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와대가 이 청원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정당해산의 근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를 찾아가 정당해산 청구를 해야 한다. 한마디로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무분별한 청와대 청원 게시판 활용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청원 요건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 진행 과정에서 네이버 댓글 사건 운운하며 조작 논란도 일었다. 청와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백히 해명했고, 조작 논란을 일축했다. 


 선거가 한 표를 행사함으로서 내 의사를 표하는 침묵의 민주주의라면 청와대 국민 청원은 온라인 버전의 광장 민주주의다. 과거에 시간과 장소의 한계로 대의 민주주의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히려 국민들의 직접적인 견해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 민주주의에 더 가까운 형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청와대 국민 청원은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직접 민주주의의 온라인 버전 프로토 타입이 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은 180만이 동의했다. 통신 보급률이 100%가 넘는 나라에서 국민 5천만 명 중에 180만 명은 3% 정도에 불과하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 동의 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기에 비상식적인 정당해산 청구는 국민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다가 정당해산 청구도 전체적인 민주주의 관점에서는 꽤 긍정적인 사건이다. 어찌됐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민주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선거가 발전하면서 나름 조용해졌지만, 이전까지는 항상 저항과 대결로써 진보해왔다. 


물론 각각 119만과 78.3만이 동의한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과 고 장자연 재수사 촉구 청원도 작은 속삭임에 해당한다. 아무리 작은 속삭임이라도 권력의 귀에 닿는 것과 닿지 않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만약 청와대 국민 청원 없이 위의 두 사안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혹은 개인의 희생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은 산적해 있는 지역구 일을 하기에도 바쁘고, 차기 총선을 목표로 두고 표를 얻기 위한 입법을 주로 하기 때문에 대의를 위한 일에 사명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은 인지도가 생겼기 떄문에 국회의원에게서 대의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당위성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검찰은 언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감시를 받게 되었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 민주주의에 기여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청와대 청원 게시판과는 성격이 다르기에 분리되어야 한다. 과거에 우리나라에는 신문고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평가된다. 대통령의 의지가 있다면, 청와대 국민 청원은 현대판 신문고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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