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사 Oct 27. 2024

월간 위대함의 시작

위대함이란 무엇인가

그날도 평소처럼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있었다. 화려한 게시글들 사이로 길게 쓰인 어떤 글이 눈에 들어왔다. 우연히 유튜브로 알게 되어 팔로우하고 있던 A가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원래 독서모임에 관심이 있긴 했지만 매번 여러 이유로 미루고 있었는데, 마침 여유가 생긴 시기였고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홀린 듯이 링크를 눌렀다.


클럽 소개

"위대한 것들: 도파민 중독 사회에서 위대함을 느껴보는 시간"


첫 줄부터 나를 묘사하는 듯한 이 글을 읽는 순간, 이건 운명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 쏟아지는 정보를 소비하느라 아무것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새로운 정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참이었다. 물론 이 클럽을 알게 된 것은 도파민의 상징인 인스타그램이었으며 A를 팔로워 하게 된 것은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날 이끌어 준 결과이긴 했지만. 드디어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마주한 것 같다는 생각에 도파민이 샘솟았다. 바로 오픈 알림 신청을 등록했다.


클럽이 오픈하자마자 가입 신청을 하고 35만 원이라는 꽤 큰 금액까지 결제했지만, 나 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위대한 것들에 가입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퀴즈를 통과해야 했다. 신청 전엔 간단한 퀴즈일 거라 생각했지만 오픈 3분 만에 마감되었다는 문자를 받자 생각보다 경쟁률이 치열한 것 같아 살짝 초조해졌다. ‘이 모임을 통해 어떤 걸 얻어가고 싶은지?’ 같은 질문들에 진지하게 답변을 작성하고 기다린 결과, 다음 날 퀴즈 통과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모임을 갔다. 같은 모임을 신청했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 어떤 스몰톡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그저 어색함 속에 조용히 있었다. 모임이 시작되고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왜 이 모임에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일부 멤버들은 삶에 변화가 필요해서, 책을 적게 읽는 사람을 환영한다는 말에 안심해서 왔다고 했지만 예상대로 대부분은 A의 글을 보고 왔다고 했다. 내가 A라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스칠 때쯤 첫 시즌 첫 번째 책인 <세계를 빛낸 50명의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어색함과 설렘이 뒤섞인 분위기 속 첫 질문은… ‘나는 얼마나 도파민 중독인가?’였다. 첫 모임답게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각자 자기가 얼마나 도파민에 빠져있는지 수줍게 고백했다. (마치 영화 속에서만 보던 중독 치료 모임 같기도 했다) 도파민 중독에 대한 공감이 이어지자, 다들 도파민이 솟았는지, 아니면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는지 조금씩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도파민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니지 않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올 때쯤, 우리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과거 나를 감동시킨 위대함은 무엇인가?’ 드디어 위대함에 대한 질문이었다. 친절함, 나다움, 사랑, 진심부터 스마트폰, 뉴진스의 Attention 뮤직비디오 등 정말 다양한 답이 쏟아졌다. 책의 위인 중 어떤 위인의 삶을 살아보고 싶은지, 혹은 살고 싶지 않은지를 묻는 다음 질문에도 책의 모든 인물이 거의 언급되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타인으로는 살고 싶지 않다’는 책 바깥의 선택지를 고르는 답도 있었다.


그렇게 처음 만난 자리에서 위대함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누군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근데 위대함이 뭐예요?” … 갑자기 찾아온 침묵 뒤에 위대함을 정의하는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모임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고 앞으로 위대함이 뭔지 함께 알아가 보자는 살짝 찜찜한 답으로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위대함을 느끼고 싶지만 정작 위대함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모인 ⟨월간 위대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