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는 세상 모든 것이 마치 거미줄처럼 서로 얽히고설킨 연결망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존재와 현상이 단 하나의 실체, 곧 신이자 자연의 표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실체는 무한하고 완전하며, 모든 것의 원천이 되는 힘입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개별적인 사물들은 이 단일한 실체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 것뿐입니다. 스피노자는 우리 인간 역시 이 거미줄의 일부로서 자연과 깊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자유란 바로 이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 법칙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피노자가 말한 거미줄은 자연이 가진 엄격한 인과 법칙을 상징합니다. 거미줄의 어느 한 부분이 흔들리면 그 진동이 전체로 퍼지듯,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거미줄에서 작은 벌레 한 마리가 걸리면 그 진동이 거미줄을 타고 전달되어 거미가 이를 감지하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 또한 자연의 법칙에 따라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기쁨, 슬픔, 욕망 같은 감정들은 모두 자연적인 현상으로, 이성을 통해 그 원인을 이해할 때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피노자는 오류가 단순히 무언가를 완전히 틀리게 아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만 알고 판단하는 상태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마치 거미가 거미줄의 아주 작은 움직임만 감지하고 전체를 착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인간이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려 불행에 빠지는 원인이 바로 이런 오류, 즉 세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행동을 겉으로 보이는 일부 정보만 보고 판단하면, 그 행동의 진짜 동기나 이유를 놓치게 되기 때문에 미워하거나 잘못된 감정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 행동의 진정한 이유를 알게 되면, 우리가 부분적인 정보에만 의존해 판단했음을 후회하게 됩니다.
스피노자는 또한 인간 중심의 목적론적 세계관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세계관은 세상이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모든 것이 인간의 필요를 위해 존재한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예를 들어 꽃이 아름다운 이유가 단순히 인간이 즐기기 위해서라는 생각이나, 과일이 단맛을 내는 이유가 인간의 입맛을 위해서라는 생각이 그런 예입니다. 이런 시각은 인간을 자연의 중심에 놓고, 모든 자연 현상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목적론적 사고방식은 자칫 우리의 존재 가치를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항상 '목적'을 통해 설명하려 하면, 우리의 삶의 의미가 어떤 성과나 목적에 얽매이게 됩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어떤 특정한 결과로 판단하게 되며, 이는 심리적인 부담과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삶의 의미를 오로지 외부에서 찾으려는 태도는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볼 기회를 놓치게 하고, 우리의 진정한 자율성과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에게 진정한 자유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통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했습니다. 이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위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그 법칙을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합니다. 각자가 거미줄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자유란 거미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자신의 본성을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라는 것이 바로 스피노자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