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란 무엇인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미래란 무엇인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란 무엇인가? 지속되지 않는 순간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위의 글에서 시간이란 지나가 버리며 멈출 수 없는 것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는 손에 닿을 수 없는 것이고, 현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찰나라는 점에서 우리는 시간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이 물음은 시간이란 결국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는 순간들의 연속이라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단순히 사라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과 순간이 만나며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내는 차원입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실체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렌즈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학창 시절의 즐거웠던 소풍 날을 떠올릴 때, 그때의 기억은 현재 나의 감정과 시각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오래된 사진첩을 들여다보며 웃고 추억하는 동안, 그 순간들이 오늘의 나를 형성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나무의 나이테가 그 나무의 역사를 말해주듯, 우리의 기억은 우리 삶에 깊이와 의미를 더해주는 소중한 기록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지금'이라는 순간은 흘러가지만, 가장 선명하게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시간입니다.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 안에 들어와 순간순간 모양을 바꾸지만, 그 따뜻함은 변함없이 우리를 감싸는 것처럼 현재는 덧없으면서도 선명한 시간의 창입니다. 강물이 흐르지만 그 물줄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처럼 현재는 순간이지만, 우리 삶에서 가장 진실한 시간입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우리의 현재에 깊은 의미와 방향을 부여합니다. 봄을 기다리며 씨앗을 심는 농부처럼, 우리의 기대와 준비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현재의 창조적 선택이 됩니다. 미래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오늘의 선택과 행동으로 이루어가는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혼자 보내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할 때 시간은 더욱 특별해집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시간, 친구와의 대화는 우리의 일상을 따뜻하게 채워주며, 개인의 경험을 넘어 공동의 기억이 되어 시간에 특별한 의미를 더합니다.
예술가가 캔버스에 순간을 담아내듯,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창조적으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일기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고 정원을 가꾸는 일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우리 시간에 형태와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이 됩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손으로 정원을 가꾸거나 수제 공예를 만드는 일은 시간 속에서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순간을 영원히 남기는 특별한 방식입니다.
계절의 변화, 해와 달의 운행, 꽃의 개화와 낙엽이 지는 모습은 시간의 순환적 리듬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자연의 이러한 리듬 속에서 우리는 덧없음과 영원함이 공존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낙엽이 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덧없음과 동시에 영원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 산책길에 맺힌 이슬방울, 저녁의 노을은 우리에게 시간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며,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일어나는 평온함을 알려줍니다.
시간의 덧없음을 알지만 그에 집착하지 않고, 각 순간을 깊이 경험하며 소중히 여길 때 우리의 삶은 여유와 풍요로움을 얻습니다.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며 잠시 오늘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처럼, 과거를 소중히 하고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며 미래를 향한 기대를 품는 균형 잡힌 시간의 태도는 우리를 더 깊은 삶으로 안내합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