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액기스(tincture of philosophy)를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사람은 평생을 감옥에 갇혀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 감옥은 상식에서 비롯된 편견들, 그가 살고 있는 시대나 국가의 관습적 신념들, 그리고 그의 신중한 이성의 협력이나 동의 없이 그의 마음속에서 자라난 확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버트란트 러셀, 『철학의 문제들』(The Problems of Philosophy) 중에서)
러셀은 우리의 삶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감옥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감옥의 벽은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상식이라는 이름의 편견들, 시대와 사회가 강요하는 믿음들,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에 뿌리내린 확신들입니다. 이것들은 보이지 않기에 더욱 강력한 감옥이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돈과 성공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깊이 뿌리내려, 삶의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또한, 학업 성취나 명문대 입학이 개인의 능력과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됩니다. 이러한 믿음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깊이 뿌리내려, 삶의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시대와 사회가 우리의 사고를 얼마나 제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팅크(tincture)는 식물의 정수를 농축한 이 강력한 약제입니다. 단 한 방울로도 온몸에 퍼져나가 효과를 발휘합니다. 러셀은 철학을 '당연함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팅크에 비유했습니다. 철학적 통찰은 우리로 하여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성공이란 사회가 정해준 기준에 따라야만 한다고 믿지만, 철학적 질문을 통해 이러한 전제 자체를 다시 검토하게 됩니다. 철학은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믿음과 가치를 해체하고,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게 도와줍니다.
러셀은 '건전한 회의주의'를 통해 이 감옥을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건전한 회의주의'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것이 실제로 타당한지 끊임없이 검토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자신의 신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그 신념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것입니다. 철학적 탐구는 단순히 기존의 믿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믿음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그에게 철학이란 독단적 확신에서 벗어나 비판적 탐구로 나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많은 것들이 실은 검증되지 않은 편견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편견들을 끊임없이 검토하고 수정할 때에만 진정한 지식과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통찰이었습니다.
오늘, 당신의 감옥 벽에 작은 균열을 내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내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혹은 '행복이란 정말로 물질적 풍요에 달려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단 하나의 '당연함'에 의문을 던져보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균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당신을 어디로 이끌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여정이 시작된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이전의 당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