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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Dec 01. 2024

아름다움보다 진실을 표현하는 예술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Writing poetry after Auschwitz is barbaric.)(테오도르 아도르노, [문화 비평과 사회] 중에서)



 아우슈비츠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남긴 극한의 고통 앞에서, 우리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이 충격적인 선언은 예술과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처럼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 앞에서 우리는 쉽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인류가 경험한 최악의 비극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는 마치 대형 사고 현장에서 풍경화를 그리려 하는 것처럼 부적절해 보입니다. 이는 재난의 충격과 고통을 간과하고 현실을 왜곡하는 시도로, 비극 앞에서 부적절한 미화의 위험성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아도르노의 말은 예술의 종말을 선언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더 깊은 예술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고통과 비극을 외면하지 않고 그 본질을 탐구하며 이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예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상처를 정직하게 마주하듯, 예술은 인간의 고통을 직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예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상처를 화장품으로 덮듯 현실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상처도 정직하게 드러내고 보듬는 예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인간성 회복을 위한 예술적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일상에도 적용됩니다. SNS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타인의 고통을 단순한 구경거리로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예를 들어, 사고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이나 고통에 찬 호소문을 스크롤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넘기고 있지는 않은지요? 재난 현장의 사진 한 장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가, 아도르노가 경계했던 '야만'의 현대적 모습은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시대의 고통을 마주하는 예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예를 들어, 문학이나 영화, 혹은 시각 예술이 이 고통을 어떻게 진정성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전쟁과 불평등, 환경 파괴가 계속되는 지금, 예술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요?


 아도르노는 예술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모순을 드러내고 성찰하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고통을 미화하거나 가볍게 다루는 예술을 비판하며, 진정한 예술은 "상처받은 상태로서의 진리"를 표현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말은 고통과 비극의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정직하게 드러내는 예술만이 그 시대의 윤리적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폭력과 전쟁의 고통을 미화하지 않고 그 참혹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함으로써 비극적 사건을 집단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아도르노가 강조한 예술의 사회적·윤리적 역할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아도르노가 "야만성"이라고 말했을 때, 그는 단순히 폭력적이거나 미개한 상태를 지칭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야만성은 비극을 상업화하거나 피상적으로 다루는 현대 문화의 태도를 비판한 것입니다. 그는 인간의 고통을 소비하거나 왜곡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야만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그의 선언은 예술과 문명이 어떻게 더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성찰하도록 촉구합니다.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는 선언을 통해, 비극 이후의 예술이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고통과 비극을 소비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이를 진정성 있게 마주하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예술만이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고통을 대하는 태도와 표현 방식을 성찰해야 할 과제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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