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신앙이라는 밈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따져보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방해함으로써 스스로 살아남는다."(The meme for blind faith secures its own perpetuation by the simple unconscious expedient of discouraging rational inquiry.)(리차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중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meme)'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유전자가 생물학적 정보를 전달하듯이, 밈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각과 신념이 퍼져나가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유행을 따라야 한다"와 같은 생각도 하나의 밈입니다. 이런 생각은 친구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어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따라하게 됩니다.
도킨스는 맹목적 신앙이라는 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합니다. 그는 이러한 밈이 비판적 사고를 억제함으로써 더 강력하게 자리 잡는다고 덧붙이며, 사람들이 이러한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신앙이란 밈이 어떻게 의심을 억누르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지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찰은 종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가 어떤 믿음이나 사상을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일 때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도킨스는 밈을 유전자에 비유합니다. 유전자는 생존을 위해 복제되고 경쟁하며 자신을 다음 세대로 전달합니다. 마찬가지로, 밈도 아이디어와 신념의 형태로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며 지속됩니다. 유전자가 자연 선택의 법칙을 따라 생존력을 높이듯, 밈도 사람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되고 채택되며 경쟁합니다. 다만 밈은 물리적 실체가 아닌, 문화적 정보의 단위로서 존재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밈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형성하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유전자처럼 복제와 전파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합니다.
맹목적 신앙은 합리적 의문과 의심을 억제하는 방어 기제를 통해 유지됩니다. 예를 들어, 종교적 믿음에 대해 "왜 그렇게 믿나요?"라고 물으면, "의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거나 "신의 뜻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이렇게 질문을 차단함으로써 신앙은 계속 유지됩니다. 맹목적 신앙은 절대적 권위의 강조, 두려움을 통한 통제, 그리고 공동체의 압박을 통해 유지됩니다. 절대적 권위는 신자들에게 의문을 제기할 여지를 없애고, 두려움은 벌이나 배척에 대한 공포로 신앙을 굳건히 하며, 공동체의 압박은 집단 내에서 비판적 사고를 억누르는 역할을 합니다. 이로 인해 비판적 사고는 차단되고 신앙은 무비판적으로 유지됩니다.
도킨스의 통찰은 종교를 넘어, 모든 신념을 비판적 검토 없이 받아들이는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이는 정치 이념, 음모론, 심지어 소비 습관에도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 "우리 편이 옳고 저쪽은 틀렸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태도는 다른 의견을 살펴보거나 대안을 생각할 기회를 없앱니다. 소셜 미디어의 음모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신이 위험하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질 때, 사람들은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보다 자신의 두려움과 맞아떨어지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맹목적 신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와 개방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모든 신념에 대해 '왜 믿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며, 의심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주기적으로 자신의 신념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해 보세요. 이러한 실천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더욱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의심과 질문은 신념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검토하고, 열린 마음으로 질문과 비판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렇게 묻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의 믿음은 왜 그토록 강한가? 그것은 정말 합리적이고 타당한가?' 이 질문은 우리의 신념을 다시 한번 성찰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전입니다. 맹목적 신앙은 의심을 막고 자기 자리를 지키려 합니다. 하지만 의심 없이 받아들인 믿음은 진정한 자유를 주지 못합니다.
맹목적 신념에서 벗어나는 길은 질문하고 탐구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밈의 보편성을 인식하고, 우리 모두가 이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신의 믿음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신념까지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혹시 자신이나 주변에 이러한 밈에 빠져 맹목적인 고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없는지 경계하고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당신의 신념 중 비판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는 단순한 지적 활동이 아니라 진정한 자유와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