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님의 약함이나 무지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하나님의 지혜의 질서와 선함의 위대함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다양한 수준의 선함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핍박이라는 악이 없다면 인내라는 선도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사자가 살아남기 위해 먹이로 삼는 동물들이 파괴되는 악이 없다면, 사자의 생명을 보존하는 선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It is on account neither of God's weakness nor ignorance that evil comes into the world, but rather it is due to the order of his wisdom and the greatness of his goodness that diverse grades of goodness occur in things, many of which would be lacking if no evil were permitted. Indeed, the good of patience would not exist without the evil of persecution; nor the good of preservation of life in a lion if not for the evil of the destruction of the animals on which it lives.)(아퀴나스, <De Potentia> 중에서)
이 문장은 아퀴나스의 《De Potentia》에서 나온 사상으로, 악의 존재를 선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그의 철학적 관점을 보여줍니다. 아퀴나스는 악을 단순히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선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도구로 간주합니다.
아퀴나스는 악을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선의 결핍으로 정의합니다. 이는 그의 철학적 체계에서 신의 본성과 창조의 질서를 이해하고, 신의 완벽성을 변호하기 위해 악을 결핍으로 설명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신이 완전한 선의 존재이기 때문에, 만약 악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면 이는 신의 선함과 창조의 완전성을 훼손하는 결과가 됩니다. 아퀴나스에게 신은 완전한 선의 존재이며, 신의 창조물도 본래적으로 선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악을 독립적인 실체로 보는 것은 신의 선함과 창조의 완전성에 반하는 것입니다. 악은 그 자체로 실체를 가지지 않으며, 오히려 선의 부족이나 결핍으로만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병은 건강의 결핍이고, 거짓은 진리의 부재입니다. 악은 스스로 존재하지 않으며, 선의 맥락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는 또한 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하나님의 선함과 연결합니다. 악은 단순히 제거해야 할 것이 아니라, 선을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고난과 핍박이 없었다면 인내라는 덕목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실패와 좌절은 우리가 끊임없이 배움과 성찰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실수를 통해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좌절을 통해 끈기와 회복력을 기르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질병을 앓은 후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타인의 도움을 통해 연대와 공감을 배우는 경험도 악이 선을 드러내는 또 다른 예시입니다.
아퀴나스는 자연 세계에서도 악이 선을 가능하게 하는 질서의 일부라고 설명합니다. 사자가 먹이 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파괴적이지만, 사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선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먹이 사슬 속에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희생하는 과정은 자연의 복잡한 균형을 보여주며, 이러한 파괴적 행동들이 생태계의 균형과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재난과 같은 사건 속에서도 선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연재해 이후 사람들이 더 큰 연대와 공감을 형성하는 사례는 악이 선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아퀴나스의 철학은 악을 적극적인 것이 아닌 선의 결여로 봄으로써, 악, 고통, 슬픔과 같은 삶의 부정적인 면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합니다. 신 존재의 완벽성을 신앙으로 믿을 필요는 없지만, 자연은 우리가 원하는 선의 요소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자연의 질서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아퀴나스의 통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삶에서 겪는 어려움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고난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인가?” 예를 들어, 직장에서의 큰 실패를 통해 더 나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고,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배우며 더욱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혹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이를 통해 더 강한 재정적 독립성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퀴나스의 철학은 우리가 고난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통해 삶의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결국, 악은 선과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악은 우리의 코나투스(자기 유지의 본성)를 시험하며, 그것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 선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연결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