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이타심보다는 정의를 가장 중요한 도덕적 가치로 생각합니다. 사회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평등과 정의가 사람들의 이기심이 서로 부딪히면서 달성되어야 한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려는 이기심을 억제해야만 가능하다면, 사회는 이기심을 제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사회적 갈등이나 심지어 폭력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중에서)
왜 도덕적인 개인들이 모였는데도 집단이나 사회는 비도덕적으로 변할까요? 개인과 집단의 차이는 무엇이고,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갈등이 생기는지, 권력은 왜 도덕성을 약화시키는지, 제도의 비도덕성은 어떻게 굳어지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라인홀드 니버는 개인의 도덕성과 집단의 비도덕성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개인은 양심과 공감을 통해 도덕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집단에서는 그런 판단이 쉽게 약해집니다. 집단이 커질수록 책임이 나누어져 모든 사람이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결국 집단의 이익이 도덕적 성찰보다 우선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환경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아도, 회사의 목표가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라면 그들의 도덕적 목소리는 묻히게 됩니다. 이렇게 개인의 도덕적 생각은 집단 안에서 약해지기 쉽습니다.
정의는 이상적이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갈등이 필수적입니다. 니버는 정의가 공정성과 평등을 목표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과 집단의 이기적인 욕구들이 충돌한다고 말합니다. 사회는 이기심을 억제하기 위해 때로는 강압적인 방법을 쓰거나 폭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이 더 나은 임금을 요구하며 파업을 할 때,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 충돌합니다. 이러한 갈등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입니다.
집단의 비도덕성은 일시적이지 않고 제도화되어 굳어지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비도덕적인 행동이 점차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새로운 구성원들도 자연스럽게 이를 따르게 됩니다. 공공기관의 관료주의적 절차는 개인의 도덕적 판단을 약하게 만들고, 결국 제도의 논리를 따르게 합니다. 이렇게 해서 집단의 비도덕성은 더욱 굳어집니다.
니버는 집단이 개인보다 더 이기적이고 도덕성을 잃기 쉽다고 말합니다. 이는 집단 내 권력이 집중되면서 권력자들이 특권을 누리고 사회를 통제하려는 경향 때문입니다. 또한, 집단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도덕적인 해석을 만들어 비도덕적 행위를 감춥니다. 감정과 충동이 이성을 이기게 되고, 집단 간의 경쟁과 갈등은 도덕적 고려를 무시하게 만듭니다.
니버는 집단의 비도덕성을 줄이기 위해 도덕적인 개인들이 연대하고 제도적인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시민단체나 지역 사회의 활동은 도덕적 가치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삼권분립 같은 권력 분산 장치, 지역 자치 강화, 투명성 확대 정책 등은 집단의 권력 남용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늘날에도 그의 통찰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환경 문제, 노동 착취, 정치적 부패 등은 집단의 비도덕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도덕적인 개인들의 연대와 제도적 견제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니버의 사상은 우리가 현실을 바로 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주는 중요한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