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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Dec 08. 2024

삶과 사회를 바꾸는 공간을 만들자


"삶을 바꾸자! 사회를 바꾸자!"라는 구호는 그에 걸맞은 공간을 만들지 않고서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합니다. 새로운 사회적 관계는 새로운 공간을 필요로 하고, 마찬가지로 새로운 공간은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냅니다."(Change life! 'Change society!' These precepts mean nothing without the production of an appropriate space. … new social relationships call for a new space, and vice versa.)(앙리 르페브르, <공간의 생산> 중에서)


 도시 재생 프로젝트나 공공공간의 재구성은 단순히 건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와 지역 공동체의 활기를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말은 단순히 도시 설계나 건축을 넘어, 공간이 사회적 관계와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합니다. 공간과 사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삶과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르페브르의 생각은 지금도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르페브르는 모든 공간이 특정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힘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공간은 그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에 따라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도시 중심부에 있는 공원은 사람들의 교류와 휴식을 돕지만, 이는 그 사회의 가치와 자원 분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협력과 소통을 돕는 공공공간이 있는 반면, 닫힌 형태의 고급 주택 단지는 배제와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공간은 사람들의 관계와 권력 구조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만들어갑니다.


 2017년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 바꾼 "서울로 7017"은 사회적 이상을 공간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처럼 공간의 변화는 단순히 기존의 철도를 보행자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새롭게 만든 것입니다. 현대의 스마트 시티나 지속 가능한 도시 설계도 이와 같은 원칙을 따릅니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며, 사람을 중심에 둔 설계가 더해질 때 공간은 진정한 사회적 변화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교통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모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든다면, 기술과 인간 중심 설계가 함께 어우러진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르페브르는 공간을 물리적 실천, 추상적 설계, 그리고 주관적 경험이라는 세 가지 방식으로 설명했습니다.  

1. 공간적 실천 : 공간적 실천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도로나 공원, 건물과 같은 물리적 공간을 뜻합니다. 이 공간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배경이 됩니다. 예를 들어, 공원은 휴식과 여가를 제공하며, 도로는 사람들이 교통과 상업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처럼 물리적 공간은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역할을 합니다.


2. 공간의 표상 : 공간의 표상은 도시 설계자나 건축가가 계획하는 이상적인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미래의 활용과 기능을 생각하며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시티는 기술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공간의 좋은 예입니다. 이러한 공간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필요를 동시에 고려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습니다. 


3. 표상의 공간 : 표상의 공간은 사람들이 공간을 직접 경험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관적인 차원입니다. 이는 개인의 기억이나 감정, 상상력이 더해진 공간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놀았던 동네 공원은 단순히 공원이 아니라, 특별한 추억과 감정을 담은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간은 사람들의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그들의 정체성과 연결됩니다.  


 이 세 가지 방식은 공간이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느끼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르페브르의 사상은 오늘날의 도시 문제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줍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소수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공간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바꿀 때 생기는 문제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뉴욕 브루클린은 예술가와 소규모 사업체가 번성하던 지역이었지만, 고급 주택과 상업 공간으로 바뀌면서 기존 주민들이 높은 생활비로 인해 떠나야 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공간의 재구성이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반면, 모두가 참여하고 함께 만드는 공공공간은 사회적 연대와 평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적인 건축을 넘어, 지역 주민 모두가 참여해 설계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공간은 자원을 공정하게 나누고, 사람들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르페브르는 공간이 사회적 변화의 원인이자 결과임을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꾼다면, 이를 반영하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합니다. 공공공간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넘어, 모두가 존중받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결국, 르페브르의 질문은 이렇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설계하고, 이를 위해 작은 실천을 시작하는 것이 사회적 변화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위해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할까요?” 이 질문은 도시 설계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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